[그 노래 그 사연] 정상급 가수였던 그는 왜 목사가 됐을까?

이종용 ‘겨울아이’

‘겨울아이’(1980년)는 이종용이 불러 히트했지만, 정작 그는 아무런 혜택을 보지 못했다.

과거 히트곡을 아이돌 가수가 리메이크해 히트하는 일이 최근 많아졌다. 그중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인 수지가 부른 ‘겨울아이’를 많이 떠올릴 듯하다. 수지가 부른 것으로 기억되지만 실은 1980년 가수 이종용이 불러 히트한 겨울 시즌송이다.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런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하지만 봄 여름과 가을 겨울 언제나 맑고 깨끗해.”

이 곡은 포크 듀오 버들피리의 멤버 박장순이 작곡했다. 그는 ‘눈이 큰 아이’를 히트시킨 후 후속곡으로 ‘겨울아이’를 만들어 이종용에게 줬다.

이종용은 훗날 인터뷰에서 이 노래가 히트할 1981년 당시 활동을 금지당해 수혜를 하나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다음해인 1982년 그는 미국으로 떠나 목사가 됐기 때문에 이후 가수로서는 이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그에게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일까?

이종용은 포크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 YMCA 청개구리홀에서 김도향·김민기·양희은·서유석 등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정권은 당시 대학생들이 학생운동 할 때 따라 부른다는 이유로 이 가수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이종용은 1975년 발표한 ‘너’가 히트하며 가요계 정상에 올랐다. 그해 정부는 유신헌법에 근거한 긴급조치 9호를 발표했다. 정부는 대마초 사건을 일으켜 평소 정부 시책에 따르지 않는 가수들을 노골적으로 탄압했다. 이종용을 포함한 많은 가수가 실제로는 대마초를 피우지 않았는데도 정보기관에 불려 가 고문을 당했다. 그는 훗날 ‘자신은 대마초를 피우지 않았기 때문에 공급책이라는 죄를 덮어썼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방송활동을 하지 못하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출연해 배우로 활동하면서 못다 한 가수의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가수로의 복귀는 여의찮았다. 그래도 그는 예수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접하며 인생과 기독교에 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미국 텍사스에 있는 신학대학을 나온 후 목사가 되어 종교에 귀의했다. 어쩌면 ‘겨울아이’는 이종용이 녹음했음에도 그의 노래가 아닌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연예인들이 연예계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추악함에 환멸을 느끼고 종교에 귀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김종찬·윤항기·조하문·홍수철 등이 목사로 직업을 바꾼 경우이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배우 이선균도 어쩌면 어두운 뒷골목 세계가 만든 희생자일지도 모른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