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가 아니어도 칼자국을 냈을 말들…아이돌은 '감정노동자'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칼국수에 대한 섬세한 묘사 중 하나는 소설가 김애란이 썼다.
"썰고, 가르고, 다지는 동안 칼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동안 내 창자와 내 간, 심장과 콩팥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김애란 '칼자국')
걸그룹 '뉴진스' 민지는 칼국수를 삼키지도 않았는데 칼국수 때문에 지난 1년간 아팠다. 지난해 1월 유튜브 채널 '침착맨' 라이브 방송에서 "칼국수가 뭐지?"라고 내뱉었다가 생채기가 수차례 났다. 칼국수의 종류와 맛을 생각하다 혼잣말로 중얼거린 이후 생트집을 잡혔다.
이와 관련 민지가 이달 초 라이브 방송에서 한 해명이 악플러들에게 더 좋은(?) 먹잇감이 됐다. 민지가 자신의 팬들에게 편한 말투로 "제가 진짜 칼국수를 모르겠냐"며 하소연을 했는데, 일부 악플러들은 사과 태도가 무례하다며 더 심한 야료(惹鬧)를 부렸다. 결국 민지는 "답답한 마음에 해명을 했지만 너무 미숙한 태도로 실망시켜 드린 점 스스로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를 했다. 아마 민지가 칼국수가 아닌 타국의 면요리를 모른다고 했어도 일부에선 딴지를 걸었을 것이다. 부러 말들에 칼자국을 냈을 테다.
악플러들이 더 표백시킨 아이돌의 세계
특정 메시지를 내는 것에 침묵해야 한다는 'K팝 불문율'을 깨는데 중심이 된 건 '방탄소년단'(BTS) 팬덤 '아미'를 비롯한 K팝 팬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각자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지만, 그로 인해 공정함과 정치적 올바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들 인생의 황금기에 찾아온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은 이런 문제에 대해 더 각성하게 만들었다. 회사 입장 등 소속 가수로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K팝 아이돌들을 대신해 스피커가 돼 줬다.
무해한 청량함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뉴진스는 그런데 특히 안티 팬의 표적이 됐다. 각종 고급 CF에 출연하는 등 상승세가 계속되자 이를 이유 없이 못마땅하게 여기며 생떼를 쓰는 안티팬도 늘어갔다. 이미지가 너무 좋기에 쉽게 생채기를 낼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한 이들이다. 여기에 맞대응해 팬덤 버니즈의 목소리도 높아가는 중이다.
아이돌은 감정노동자
감정노동에도 차별이 있다. 여기서 차별은 더 많은 걸 누리는 듯한 이들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 "상업성을 추구하는 대중음악 가수이니까 소비자인 팬이나 대중 입장에선 평가하고 의견을 내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어떤 고통이든 저평가될 수 없다. '네가 그만큼 누리고 있으니 이런 감정 노동은 당연하다'는 식의 말은 비판이 아닌 비난이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뉴진스의 인기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은 이들은 멤버들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도 없다. 당당한 비판이 아닌 부당한 비난은 이치에 맞지 않다. 무책임한 비난에 대응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민지는 공개된 자리에서 해명한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이 가깝다고 생각하는 팬들에게 넋두리처럼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을 뿐이다.
본래 자극적인 비난은 그것에 맞서는 건전한 비판보다 도발적이라 대중을 쉽게 사로 잡는다. 맥락과 사실에 상관 없이 아이돌의 허위 사실을 편집, 짜깁기한 '탈덕수용소'가 한 때 공익적인 가치가 전혀 없는데도 큰 관심을 받았던 이유다. 또 다른 인기 아이돌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은 탈덕수용수 운영자였던 A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 익명성에 숨어 허위 사실을 퍼트린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따질 수 있게 된 판례다. 어도어도 무분별한 루머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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