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무이자” 건설사 말만 믿고 덜컥 계약했다가 낭패

이성훈 기자 2024. 1. 22.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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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계약률 높이려 내걸어

최근 집값이 조금씩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청약할지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분양 가격뿐 아니라 청약 조건을 꼼꼼히 따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를 분양하려는 건설사들이 높은 청약을 노리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건설사들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과거에도 지방을 중심으로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내세우는 사례가 많았다. 최근에는 수도권에서 분양을 하는 건설사들도 이런 조건을 앞세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분양에 당첨되면 대략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낸다. 그다음 내야 하는 돈이 중도금이다. 중도금은 분양가의 40~60% 정도 되는데, 보통 4~6회에 걸쳐 낸다. 그다음 남은 잔금은 분양 시점에 납입하면 된다. 청약 당첨자 입장에서는 가장 비중이 큰 중도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보통 건설사가 주선하는 금융회사를 통해 중도금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만약 6억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 중도금 이자로만 대략 1500만원 안팎(금리를 5%로 가정) 부담해야 한다. 건설사로서는 초기 분양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중도금 이자 감면’ 혜택을 내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보면, 건설사의 계획처럼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금 압박으로 청약 당첨자를 대신해 금융회사에 지급해야 하는 중도금 이자를 부담할 수 없는 사업장들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분양가가 평균 6억원, 중도금이 3억6000만원, 금리 5%로 가정하면, 건설사로서는 공사 기간 2년 동안 가구별로 18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분양 물량이 1000가구라고 치면, 건설사가 부담해야 하는 중도금 이자만 180억원에 이른다.

건설사가 부담하지 못하면 청약 청담자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 최근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건설사의 법정관리로 인해 대출 이자를 못 내게 되면서 계약자들에게 이자를 내라는 통보가 가기도 했다.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할 때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은 건설사 부도 때 아파트 공사를 마무리하는 용도로 쓰인다. 중도금 무이자 같은 마케팅 혜택은 보전해주지 않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없는 건설사가 중도금 무이자 같은 혜택을 약속하면, 분양 조건과 건설사의 자금 사정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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