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학생 음주 성폭행... 온라인교육으론 역부족인 '캠퍼스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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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도심 골목길에서 만취한 같은 대학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도주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2018~2022년 전국 대학에서 1,200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는데 인하대 사건처럼 학생이 가해자인 경우가 62.0%(744건)로 가장 많았다.
교원, 재학생 등의 구성원은 매년 적어도 한 차례 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대학생들의 이수율은 절반에 못 미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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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교육 존재하나, 학생 이수율 저조
기관명 공개 등 낮은 제재 수위도 한몫
"참여 교육, 징계 강화 등 제도 바꿔야"
한밤중 도심 골목길에서 만취한 같은 대학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도주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1년 반 전 대학 동기를 성폭행하려다 건물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한 인하대 사건의 판박이다. 감염병 종식 후 대학생활 정상화와 함께 그릇된 음주문화도 되살아나면서 대학생이 가해자인 성범죄가 반복되고 있다. 강제성 없는 예방교육 위주의 '캠퍼스 성폭력' 대책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복되는 대학생 '음주 성범죄'
21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19일 오전 5시쯤 "여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종로구 혜화역 인근 골목에서 성폭행 피해가 의심되는 여성을 발견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추적한 끝에 약 3시간 뒤 20대 남성 A씨를 자택에서 검거해 구속 수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같은 학교 학생으로 경찰은 A씨가 회식 후 술에 취한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주던 과정에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의 빠른 신고로 더 큰 화는 면했지만 피해자는 겨울 새벽 거리에 오랜 시간 방치돼 있었다.
이번 사건은 2022년 7월 발생한 인하대 추락 사망사건과 여러모로 유사하다. 두 사건 모두 피의자에게 '준강간' 혐의가 적용됐다. 이 죄목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추행할 때 성립한다. 당시에도 가해자는 △음주로 의식을 잃은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하려 했고 △피해자를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 노상에 두고 도망갔다. 인하대 피해자가 교내 건물 창밖으로 추락한 뒤 1시간 동안 방치돼 숨진 점만 다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학생 성범죄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2018~2022년 전국 대학에서 1,200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는데 인하대 사건처럼 학생이 가해자인 경우가 62.0%(744건)로 가장 많았다.
예방교육도 대학생 절반은 안 듣는다
여성가족부가 택한 대학 성범죄 대책은 '교육'이었다. 국내 대학에선 통합폭력예방교육(성폭력, 가정폭력 등)이 법정의무교육으로 시행되고 있다. 교원, 재학생 등의 구성원은 매년 적어도 한 차례 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대학생들의 이수율은 절반에 못 미치기 일쑤였다. 이에 여가부는 2022년 8월 재학생의 교육 이수율이 50%를 넘지 못한 학교 명단을 처음 공개하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별렀다.
당국의 엄포에도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해 10월 여가부에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인하대 사건 후에도 2022년 대학생의 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은 54.7%로 전년보다 고작 2.0%포인트 올랐다. 경희대(8.1%) 서울대(49.9%) 한국체육대(33.7%) 경북대(40.3%) 등 많은 대학의 재학생 성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이 절반이 안 됐다. 예방교육만으론 성범죄에 경각심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교육조차 거부한다는 뜻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수율이 부진할 경우) 해당 기관의 이름을 공표하거나 기관장 특별교육을 듣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정도 제재 수위로는 예방교육 부진 기관에 대한 이행 강제력을 담보하기에 역부족이란 비판이 나온다.
교육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면 성범죄 대책의 내용과 형식 등 근본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방교육도 온라인으로 뻔한 내용을 전하는 일회성이 대부분"이라며 "학생 참여를 유도하는 대면 정규교육을 의무화하고, 교내인권센터 및 징계 등 제도 강화가 병행돼야 범죄 억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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