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극은 5세 이상 어른 위한 극"… 학전 출신 배우들이 떡볶이 배식에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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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 마지막 시즌 공연이 한창인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학전 출신 배우들은 번갈아 가며 '고추장 떡볶이'의 상징이 된 떡볶이 시식 이벤트를 돕고 있다.
김선화는 "김민기 선생님이 (학전 폐관으로) 가장 미련이 남으실 공연은 어린이극"이라며 "아이들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하시면서 어린이극을 '5세 이상 어른을 위한 극'이라고 표현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고추장 떡볶이'는 2월 24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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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출신 배우들 떡볶이 시식 이벤트 진행
"김민기 선생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건 어린이 공연"
"배성우가 어린이 역할 처음 할 때 관객들이 아빠 아니냐고 하는 거야. 그저 아이들을 흉내 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극이 '지하철 1호선' 연기보다 더 힘들다고 했었지."(김선화)
"제가 만들었지만 최고의 떡볶이 같아요. 아이들 반응이 좋으니 기분 좋네요."(구원영)
지난 17일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 마지막 시즌 공연이 한창인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공연이 끝난 뒤 2층 사무실은 학전 출신 배우 구원영, 김비비, 김선화, 허희명의 사랑방이 됐다. 이들은 공연 후 1층 마당에서 열린 떡볶이 시식 이벤트를 위해 모였다. 일손 지원 차원에서 직접 떡볶이를 만들고 배식도 맡았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 명곡을 만든 가수 김민기가 1991년 문을 연 학전은 만성적 재정난에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가 겹치며 오는 3월 잠정 폐관을 결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3월 이후에도 학전이 명맥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고추장 떡볶이'는 '학전 어린이 무대'의 주요 레퍼토리다. 김 대표는 2004년 '우리는 친구다'를 시작으로 출범한 학전 어린이 무대를 통해 어린이 공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만화 캐릭터를 토대로 했거나 교육 목적 작품이 아닌 아동과 청소년의 현실을 보여주는 리얼리즘 공연이다.
'고추장 떡볶이'는 2008년 초연 후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초등학교 3학년 비룡과 유치원생 백호 형제가 엄마 없이 지내는 며칠간의 좌충우돌을 그린다.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원작팀인 독일 그립스극장의 '케첩 스파게티'를 김 대표가 번안·연출했다.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정재일도 음악 편곡으로 참여했다. 엄마의 과보호 속에 자란 탓에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형제는 조금씩 일상을 배워가며 엄마를 위해 떡볶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간다. 세 아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40대 여성은 "아이들을 과보호하는 비룡·백호 엄마가 내 모습 같아 조금 울컥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다시 볼 수 있게 오래 공연했으면"
학전 출신 배우들은 번갈아 가며 '고추장 떡볶이'의 상징이 된 떡볶이 시식 이벤트를 돕고 있다. 개막일인 12일엔 '기생충'의 이정은도 참여했다. 김선화는 "김민기 선생님이 (학전 폐관으로) 가장 미련이 남으실 공연은 어린이극"이라며 "아이들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하시면서 어린이극을 '5세 이상 어른을 위한 극'이라고 표현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이날 극장은 눈발 날리는 추운 날씨였지만 만원이었다. 어린이 관객들은 2시간 길이의 공연을 집중해서 감상했다. 공연 시작 5분 만에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바로 몰입하더니 무서운 TV 프로그램을 보며 겁에 질린 백호의 모습엔 함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학전 폐관 소식이 안타까움을 자아내면서 마지막 공연에라도 힘을 실어 주려 지방에서 온 관객도 많았다. 울산에서 온 강우석(41)씨는 "공연이 (아이들이 보기엔) 길긴 해도 인터미션도 있고 유머코드도 곳곳에 있어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딸 강민서(11)양은 "친구들과 다시 와서 볼 수 있게 공연을 계속하면 좋겠다"고 말을 보탰다. '고추장 떡볶이'는 2월 24일까지 공연된다.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는 릴레이 공연 '학전 어게인 콘서트'가 이어진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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