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배달, 밤엔 택시, 주말엔 캠핑… ‘변신車’ 전쟁 시작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 경쟁에 더해 ‘변신하는 자동차’ 전쟁이 시작됐다. 차를 사용하는 사람의 직업이나 목적에 따라 내부 공간을 다용도로 바꿀 수 있는 PBV(목적 기반 차량·Purpose Built Vehicle) 경쟁이다. 여기엔 한국 기아와 세계 자동차 1위 도요타, 미국 대표 기업인 GM과 포드, 스타트업 리비안 등이 뛰어들었다.
PBV가 부상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이를 뒷받침할 친환경 배송 차량 수요가 크게 늘었다. 자동차 회사들이 PBV 시장 선점을 위해 아마존·우버·월마트·페덱스·DHL 같은 유통·물류·운송 기업과 합종연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페어필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물류 거점에서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라스트마일(Last mile) 물류 산업 규모는 2021년 3835억달러(약 513조원)에서 내년 7209억달러(약 964조원)까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또 각종 온라인 플랫폼 등장으로 2개 이상 직업을 갖는 ‘N잡’이 증가한 것도 PBV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의 차량으로 낮엔 배달, 밤엔 택시 운전을 하고, 주말에는 캠핑을 즐기는 식이다. IT를 흡수하며 빠르게 자동화하는 자동차의 내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자동차 가치 평가의 잣대가 되고 있다.
◇낮엔 택배차, 밤엔 택시로 변신
기아는 PBV 전문 기업으로의 도약을 미래차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앞으로 선보일 PBV 가운데 중간 크기인 ‘PV5′를 내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경기 화성에 전용 공장을 짓고 연 15만대를 생산한다. 글로벌 주요 기업 가운데 수만 대 규모 PBV 양산을 하는 것은 기아가 처음이다. 가격은 약 3만5000달러 안팎으로 정해 기업은 물론 개인 사업자까지 겨냥했다.
기아 PBV의 핵심은 블록처럼 차 내부의 각종 설비를 쉽게 끼웠다 뺄 수 있다는 점이다. 차량 내부 벽에 홈을 파낸 듯 얇은 선 모양의 레일을 만들고 거기에 서랍이나 칸막이, 대형 수납장 등을 꽂아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나머지 시트는 접이식 등받이를 좌우로 밀어서 양방향으로 앉을 수 있거나 아예 뺄 수도 있다.
도요타도 작년 10월 도쿄모터쇼에서 처음으로 ‘카요이바코’라는 콘셉트카(개발 방향을 담아 시범적으로 선보인 차)를 공개했다. 기아 PBV처럼 네모난 박스카 형태에 실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스쿨버스, 푸드트럭, 사무실, 장애인용 차량 등으로 쉽게 변신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웠다.
미국에서도 GM이 작년 11월 다목적 상용차 브랜드 ‘엔볼브(Envolve)’를 새로 만들고 전기 밴을 개발 중이고, 미국 포드 역시 ‘포드 프로’란 상용차 부문에서 올해 4종의 다목적 전기밴을 출시한다. 스타트업 카누(Canoo)도 미국에서 다목적 밴을 만들어 월마트·나사 등과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합종연횡 속 전기차 불씨 살릴까
자동차 업계에서는 PBV 등 다목적 차량이 전기차 수요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한다. 현재 전기차가 동급 내연차보다 비싸고 충전이 불편한 것이 단점인데, 다목적차는 이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전 인프라가 많은 도심에서 주로 다니는 데다 일반 승용차보다 많이 주행하기 때문에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물류, 유통, 운송 분야 글로벌 기업과 활발한 협업에 나서고 있다. 기아의 경우 지난 10일 우버와 협약을 맺고 우버 전용 PBV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물류 업체 페덱스는 2040년까지 모든 배달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기로 하고 GM과 협업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2030년까지 리비안의 전기 물류 차량 10만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PBV 시장 역시 충전 인프라 부족이나 품질 측면에서 초기 난관이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다품종 소량 생산은 대량 생산과 비교하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어 과거 다목적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 등이 실패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면서 “지금은 내부 공간을 넓게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결국 디테일한 소비자 입맛에 얼마나 잘 맞추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차량 또는 목적 맞춤형 차량이라 불린다. 운전석을 뺀 모든 좌석과 각종 수납공간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게 내부 공간을 설계해,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캠핑카·택시·택배·사무실·이동식 점포 등으로 차량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맹활약 유럽파에 손흥민 가세한 홍명보호, 쿠웨이트 상대로 B조 선두 굳힐까
- 당분간 난방 걱정 없는 탄소매트, 4만원 대 특가
- ‘마이캐디’ 최신형 거리측정기 19만원대 공동구매
- “앞으로 金보다 수익률 높을 것” 은에 투자하는 3가지 방법
- 트럼프, 법무장관에 ‘강경 보수’ 게이츠 지명… 가시밭길 예상
- 과식해도 속 편안하고 변비 완화, ‘카무트’ 1만원대 특가
- 먹기 쉽게 손질된 통통 살 오징어, 한 마리 3500원
- 대구 서문시장 줄 서는 맛집, 오대복 수제꼬치 특가 배송
- 트럼프, 미 국가정보국장에 ‘충성파’ 개버드 지명
- 미 공화당 상원이어 하원 다수당 확정, 레스 스위프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