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5%가 ‘IQ 71~84′인데 서울서 가르칠 학교는 단 2곳

윤상진 기자 2024. 1. 22. 03: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반학교 적응 못해 대안학교로
장애 인정 안돼 특수학교는 가기 어려워

지난달 서울 노원구 A학교 2층 강당. 중학생 20명이 현대 무용 수업을 듣고 있었다.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안무 동작을 한 뒤 한 명씩 나와 친구들의 특징을 몸으로 표현했다. 이들은 지능지수(IQ)가 71~84인 ‘경계선 지능’ 학생들이다. 지적 장애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학력 인정 대안학교인 이곳에선 학생들 인지 능력과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연극이나 무용 등을 많이 가르친다. 지금 방학인데도 매일 20명 이상이 등교해 특강을 듣는다.

그러나 학교 인기가 올라갈수록 학교 고민은 깊어진다. 예산과 공간이 한정돼 새 학생을 받기는커녕 기존 학생들도 내보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 초·중·고교생을 더해 최대로 가르칠 수 있는 학생이 55명이다. 학교 관계자는 “작년엔 지원자가 너무 많아 학교를 오래 다닌 학생 4명을 어쩔 수 없이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균등한 교육 기회를 주려는 것이지만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전체 학생의 약 12%~18% 정도가 경계선 지능에 속할 것으로 본다.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 자료는 아직 없는 상태다. 학생 7명 중 1명 정도가 일상 생활은 가능하지만 일반 학교 적응은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일반 학교에선 왕따 등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상황이 악화해 ‘학교 밖 청소년’이 되면 사회와 단절된 고립∙은둔 어른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경계선 학생들은 초등학교 4~5학년 정도가 되면 학교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다. 그러나 장애 등급을 받지 못하고, 특수교육대상자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어 특수학교에 가지 못하기도 한다. 서울에선 경계선 지능 학생만 가르치는 대안학교(학력 인정)가 2곳 뿐이다. 이마저 서울 북쪽에 몰려 있다. 대안학교를 관악구에서 보내는 한 학부모는 “통학에 하루 3시간 이상 걸리지만 주변엔 아이를 보낼 곳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학부모는 “지방엔 학교는커녕 사설 학원이나 기관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A학교에 따르면 2017년 지방 학생 상담은 5건이었는데 올해는 20건으로 늘었다. 입학을 위해 부산에서 이사 온 학생도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차라리 장애등급을 받도록 “지능 검사에서 오답을 고르라”는 말도 한다. 남학생의 경우 군대를 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들 걱정이 더 크다고 한다.

일선 교육청들은 경계성 지능 검사비와 전문 기관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서울 기준 치료 시간은 일주일에 최대 2시간에 불과하다. 예산이 부족해 대기자만 90명이 넘는 교육지원청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교육청이 지원하는 경계선 학생은 2021년 154명에서 2023년 739명(10월 기준)으로 2년 만에 5배쯤 늘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지원 신청자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