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으로 가는 김 여사 문제, 국민 앞에 도리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이 21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 ‘윤 대통령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공유했다. 곧이어 이관섭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직접 만나 사퇴하라는 윤 대통령 뜻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한 위원장은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 위원장이 이런 말을 한 것을 보면 윤 대통령과의 사이에 뭔가 사정이 있었던 건 분명한 것 같다. 만약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실제로 사퇴를 요구하고,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한 것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실은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는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이른바 기대와 신뢰 철회 논란 관련 문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해 기대와 지지를 철회했다는 보도는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실이 문제 삼은 것은 김경율 비대위원 공천 문제다.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공개 석상에서 김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공천할 것처럼 말을 했다. 이는 당의 공천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사천’으로, 부당하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지적이다.
한 위원장의 위치와 비중으로 볼 때 이 정도의 문제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상식이다. 그것은 김 비대위원이 같은 날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비유하면서 대통령과 김 여사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 김 비대위원을 한 위원장이 공천할 것처럼 얘기하고, 한 위원장도 김 여사 의혹에 “국민 눈높이”를 언급한 것이 갈등의 진짜 원인인 것처럼 보인다.
김 비대위원의 언급은 분명히 지나친 점이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줄 알았는데 일이 최악의 방향으로 번지는 듯하다. 만약 한 위원장이 물러나면 윤 대통령 취임 후 2년도 안 돼 이준석, 김기현 전 대표에 이어 세 번째로 여당 대표가 사퇴하는 사태가 생긴다. 안보 경제 위기 속에 집권당의 이런 초유의 모습이 국민에 대한 도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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