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8㎝ 위성 정당 투표 용지’ 4월 총선 때 또 봐야 하나

조선일보 2024. 1. 2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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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0일 실시되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난해 9월 20일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개표실습에 참가한 구·군 선관위 직원 등 선거 관계자들이 모의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뉴스1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편이 시작조차 못하면서 오는 4월 총선에서도 ‘떴다방’ 위성 정당이 난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기본소득당 등 군소 정당들이 비례연합정당 결성을 제안하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21대 총선 때 더불어시민당 같은 위성 정당을 또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근간 유지를 시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잘못된 제도를 유지하겠다면 (우리도) 플랜B가 필요하다”고 했다. 득표 수에 비례하는 병립형 회귀가 여당의 당론이지만, 민주당이 선거제를 바꾸지 않으면 위성 정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총선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강행한 준연동형제는 지역구 의석을 많이 차지할수록 비례의석은 줄어드는 구조다. 군소 정당을 배려한다는 명분이나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위성정당 논란이 제기됐다. 실제로 두 거대 정당은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후보들을 출마시켰다. 비례대표를 노리는 정당들이 난립하는 바람에 투표용지가 48㎝로 역대 최장(最長)을 기록하기도 했다.

위성 정당들은 총선에서 양당의 2, 3중대로 활용된 후 합쳐지거나 자매 정당 역할을 해왔다. 민주당의 위성 정당들이 선명성 경쟁을 하면서 강경파가 다수 국회에 입성,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확인서를 허위로 써 준 최강욱 전 의원,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 혐의로 재판중인 윤미향 의원,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를 퍼트린 김의겸 의원 등이 모두 위성정당 출신들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기에 준연동형이 유지된다면 위성 정당을 만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각에선 추미애·조국 전 법무장관이나 돈봉투 살포 혐의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만드는 위성 정당 출현을 예상하기도 한다.

거대 양당이 위성 정당을 통해 비례 의석을 싹쓸이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사태가 재현될 경우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은 예비후보 등록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선거법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그동안 준연동형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오더니 총선이 다가오자 이젠 ‘현실’을 거론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현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 보는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도 투표장에 간 유권자들은 또 ‘48㎝ 투표용지’를 받아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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