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지방 중소기업의 ESG경영과 지방정부의 역할
부산을 비롯한 부울경 소재 기업들이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할 사람이 없다 보니 부울경 기업들, 나아가 전국의 지방 소재 기업들은 다방면에서 수도권 기업들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부울경 기업들과 수도권 기업들 간 격차가 벌어지는 분야 중 ESG에 대한 준비나 대응 부분에서는 그 격차가 상당히 크다. ESG란 환경(Envi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친환경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비재무적 분야의 세계적 트렌드다. 그리고 최근에는 환경·인권·투명윤리경영과 관련한 다양한 법률과 제도가 ESG의 하위 개념으로 통합되고 있다.
특히 ESG 경영의 도입에 앞장서 온 유럽과 미국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선 기업이 ESG경영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ESG정보공시의무 제도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 해 6월 세계 ESG정보 공시 표준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여파로 해외로 물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당장 ESG정보 공시 표준에 따라 해외거래처로부터 ESG정보공개, ESG실사, 나아가 환경·인권 관련 시정조치 등을 요구 받게 될 것이고, 직접적인 해외 거래를 하지 않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른 국내 협력사나 국내 거래처로부터 ESG공시나 실사를 요구 받게 될 여지가 다분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차원에서도 ESG공시제도는 점차 구체화되며 강화되고 있다. 먼저 금융위원회는 ISSB의 ESG정보 공시 표준에 따라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기업의 ESG 공시를 의무화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최근에 기업의 ESG공시를 법제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는 ESG경영이 당연한 의무처럼 인식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경영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부울경 소재 기업들은 여전히 ESG경영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심지어는 ESG경영의 의미나 내용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부산상공회의소가 거의 매년 회원사를 대상으로 ESG와 관련하여 인식이나 추진실태를 조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산 기업의 ESG에 대한 인식이나 ESG경영 도입 실태는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ESG경영이 대기업이나 일부 글로벌 기업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므로 부울경 기업들도 ESG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그 경쟁력을 하루 빨리 갖춰가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ESG경영이 세계적으로 당연 시 되다 보면, 고객이나 소비자들도 ESG공시 내용에 따라 해당 기업의 평판이나 이미지를 정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 소재 기업의 ESG경영 인식제고와 도입 유도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지방 소재 기업이 대기업과 같이 각자 ESG경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엔 여러 한계가 있다. 수도권 기업들은 특별한 지원이 없더라도 ESG공시제도를 비교적 잘 준비하고 있으나, 지방 소재 기업은 인력뿐만 아니라 정보의 접근성, 자금 여력 등 다방면에서 ESG경영을 도입하고 국제적 ESG 기준을 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나서서 지방 소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나아가 ESG경영을 위한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선도해 주어야 한다. 특히 지방 소재 기업들이 ESG경영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그러한 지원을 토대로 기업시민으로서 지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선순환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방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 최근 부산에서도 다양한 ESG행사나 ESG관련 국제회의가 개최되고, 또 추진되는 분위기인데, 부디 우리지역 기업들이 세계적인 추세에 뒤처지지 않고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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