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동해 오징어 어업을 다시 살리려면
기후변화로 동해 오징어 어업이 소멸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 대응은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 진단 없이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 특히 낚시로 오징어만 주로 잡아오던 동해 채낚기 어업은 도산위기에 처해 지난 12월 여당과 정부는 3000만 원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나는 15년 전부터 국제논문과 언론 기고문, 보도자료를 통해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따라 방어 삼치 참다랑어와 함께 오징어 서식지가 가장 빨리 북상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수산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와 산하 연구기관에서는 명태 살리기에서 볼 수 있듯이 ‘노가리 남획으로 명태가 사라졌다’는 대응 논리로 기후변화가 우리 어업에 미치는 영향을 애써 부정해오다가 최근 부랴부랴 대응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 어민이 남획해서 오징어 자원량이 줄어들었다면서 TAC(총허용어획량) 제도를 2010년에 시작을 했고, 또 몇 년 있다가는 총알(새끼) 오징어를 많이 잡은 것이 원인이라며 금지체장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래도 오징어 어획량이 계속 떨어지니 이젠 북한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 때문이라고 말을 바꾼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중국 어선이 북한 바다에 거의 들어가지도 못했는데도 오징어 어획량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이렇게 제대로 연구조사도 하지 않고 시류에 편승하여 수시로 원인을 바꾸니 장기적인 대책이 나올 수가 없다. 그냥 수십 년 해오던 그대로 ‘어업 선진화’니 하면서 기후변화 적응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관성적인 규제 만능 대책이나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은 마지못해 기후변화 영향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그 동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어민이야 망하든 말든 그냥 뭘 하는 척 생색만 내면서 이번 위기도 대충 넘어가려고 한다.
오징어 어업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새 어장을 개척하거나 국제협력을 통해서 바뀐 어장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다음은 새롭게 잘 잡히는 어종을 잡을 수 있도록 어선 설비와 어구어법을 바꾸는 것인데, 최근 일본 정부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다. 현행 수산업법에서는 조업구역을 바꿀 수도 없고, 어구어법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업구역과 어구어법, 금어기, 금지체장, 섞어잡기금지와 같은 어업규제를 정부가 신속하고 과감하게 없애야 어민들이 기후변화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이라도 보일 것이다.
지역 간 업종 간 갈등과 분쟁이 있지만, 어민끼리 단결해서 한 목소리로 어업규제 철폐에 나서면 정치권이나 정부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대형기선 저인망어업 동경 128도 이동 조업을 반대해온 동해 연안어업에서도 이번 오징어 위기를 계기로 대승적으로 양보한다면 상생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 기후변화로 사라진 명태와는 달리 오징어 산란장은 여전히 동중국해에 머물러 있어 동해를 아주 떠난 것은 아니다. 제주대 수산연구실에서 개발중인 오징어 시공간변동 예측 모델 결과를 보면 동해 연안이었던 오징어 주어장이 기후변화로 최근 동해 먼바다로 흩어진 듯하다. 따라서 수동적인 어구인 채낚기로는 잡기가 힘들지만, 어획효율이 높은 대형저인망 어선은 동경 128도 이동 조업금지 규제만 풀어주면 독도 부근 한일중간수역과 러시아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오징어를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려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고 경영악화에 따른 소멸 위기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우리 바다가 요동치고 있다. 경직된 어업규제를 신속히 없애야 그나마 지금까지 겨우 명맥을 유지해 남아있는 연근해 어업이라도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 앞으로 생존할 수 있다. 업종간 지역간 조업구역 갈등을 정치권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어민들도 서로 조금씩 양보해준다면 오징어도 서민 수산물로 우리 아침 밥상에 다시 올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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