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41> 매화 소식이 들려오는 요즈음 읊은 중국 남송 육유의 시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2024. 1.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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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 길에 구름 내려앉고 옥 먼지 날리는데(江路雲低糝玉塵·강로운저삼옥진)/ 은은한 향기 찾아내니 한 줄기가 새롭네.

매화나무 한 가지에 꽃이 피어있다.

한 사진가는 "꽃이 핀 매화나무 가지에 눈이 얹혀 있어야 그림이 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인근에 차밭을 가진 한 어르신은 "매화나무 때문에 차밭에 그늘이 지는데 왜 자르지 않느냐?"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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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를 보고 나니 졸면서 봄을 지나네(看了梅花睡過春·간료매화수과춘)

강가 길에 구름 내려앉고 옥 먼지 날리는데(江路雲低糝玉塵·강로운저삼옥진)/ 은은한 향기 찾아내니 한 줄기가 새롭네.(暗香初探一枝新·암향초탐일지신)/ 평생토록 복사꽃 오얏꽃 기뻐하지 않았는데(平生不喜凡桃李·평생불희범도리)/ 매화를 보고 나니 졸면서 봄을 지나네.(看了梅花睡過春·간료매화수과춘)

위 시는 남송(南宋)의 시인인 육유(陸游·1125~1210)의 ‘매화를 찾아서(探梅·탐매)’로, 그의 문집인 ‘검남시고(劍南詩稿)’에 들어 있다.

육유가 매화를 찾아 나선 모양이다. 산골짝으로 강이 흐르는 풍경이다. 어디에 매화가 피었을까? 천천히 걸어 다닌다. 그렇게 탐매를 하는데 어디서 은은한 향기가 풍겨온다. 매화나무 한 가지에 꽃이 피어있다. 평생 살며 복사꽃과 오얏꽃을 보아도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았다. 매화를 보고 나니 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매화에 푹 빠져버렸다.

그제(20일) 대한(大寒)이 지났다. 지리산에는 눈과 비가 섞여 내렸다. 기쁜 소식이 들렸다. 화개장터에서 섬진강 남도대교 건너 광양시 다압면 소학정(逍鶴亭) 마을에 매화가 피었다. 어제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꽃을 보러 갔다. 여러 사람이 매화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 사진가는 “꽃이 핀 매화나무 가지에 눈이 얹혀 있어야 그림이 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소학정 매화는 전국적으로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학정 매화를 필두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매화마을에도 향기가 진동할 것이다. 매화가 필 때쯤이면 선비들은 매화를 찾아 나섰다. 이를 ‘탐매(探梅)’라고 하였다. 그렇게 첫 매화를 감상한 후 시를 지어 남겼다.

같은 지리산이라도 남원이나 함양 지역은 눈이 자주 내리지만 화개와 광양은 눈이 적게 내리고 포근한 편이다. 필자의 차산에 있는 20여 그루 매화나무에도 조만간 꽃이 필 것이다. 그러면 매일 혼자 차산에 올라 매화 향기에 취해 있다 내려온다. 인근에 차밭을 가진 한 어르신은 “매화나무 때문에 차밭에 그늘이 지는데 왜 자르지 않느냐?”고 하신다. 그분은 매화를 감상하는 필자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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