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누구나 작곡하는 시대

임희윤 음악평론가 2024. 1. 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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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배울 필요 없겠네.” “오늘부터 영어 교재 버린다.”

지난 18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세계 최초 AI폰 ‘갤럭시 S24′가 언어 13개를 실시간 번역하는 AI 통역 서비스를 선보이자 나온 반응들이다. 그러나 ‘아이들 문해력이 더 떨어질 것’ ‘인문학이 약화될 것’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우려가 새롭지는 않다. 음악 분야에선 이미 비슷한 불만을 겪어왔다. 20세기 말 이래 컴퓨터 가상 악기가 눈부시게 발전했다. 지금은 기타나 피아노 코드를 못 짚는 사람도 잠깐 교육을 받으면 멋진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음악은 고도의 수련이 필요하다’ ‘컴퓨터는 인간 감성을 쫓아올 수 없다’고 말하는 이도 많았다. 그러나 이젠 음악적 지식보다 개성과 감각이 더 중요해졌다. 노트북으로 침실에서 곡을 만드는 ‘베드룸 팝’ 장르가 세계적으로 인기다. 독특한 감성이 훌륭한 음악의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한 작곡가는 “이젠 개나 소나 음악을 해!”라며 불만을 외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3년 전 AI 자장가 제작 업체를 방문했다. 자체 설계한 AI로 자장가를 제작해 전국의 수많은 아이를 잠재우고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자신들의 목표를 이렇게 말했다.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날씨가 찌뿌둥한’ ‘오늘따라 열정적인’ 같은 키워드를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작곡할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엄마가 우리 아이만을 위한 하나뿐인 자장가, 동요, 발라드를 만들어 선물하는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

천부적 재능, 고도의 성실성을 지닌 소수의 예술가가 권력과 시장을 장악한 ‘엘리트 예술’의 시대는 저무는 것일까. 과거 동굴 벽화가 예술의 전부이고, 바둑과 서예를 군자의 기본기로 가르쳤던 시대도 새 기술과 함께 저물어 갔다. 대신 종래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누구나 자신을 예술로서 표현할 수 있는 시대. 이 역시 만방에 예술이 만개한 ‘아트 유토피아’에 성큼 다가가게 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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