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찬의 관절건강 이야기] 환자가 원하는 것 vs 의사가 원하는 것

2024. 1. 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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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말도 마세요. 얼마나 아픈지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감옥살이가 따로 없어요. 무릎만 아픈 게 아니라 발목도 아프고 뼈마디가 안 쑤시는 데가 없어요. 이렇게 힘든데도 가족들은 나 몰라라 하고."

환자에게 증상을 물으니 그동안 아파서 고생한 이야기를 하며 눈물까지 글썽인다.

그렇다 보니 환자는 의사를 유일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 여기고 구구절절 이야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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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어떻게 아프세요?”

“아휴, 말도 마세요. 얼마나 아픈지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감옥살이가 따로 없어요. 무릎만 아픈 게 아니라 발목도 아프고 뼈마디가 안 쑤시는 데가 없어요. 이렇게 힘든데도 가족들은 나 몰라라 하고….”

환자에게 증상을 물으니 그동안 아파서 고생한 이야기를 하며 눈물까지 글썽인다. 어찌 보면 환자에게 의사는 자신의 통증을 호소할 유일한 창구일 수도 있다. 가족들조차도 환자의 고통을 공감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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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가족들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는 환자들이 있다. 무릎이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하는데, 자식이 “엄마, 왜 그렇게 이상하게 걸어? 좀 똑바로 걸어봐”라고 말했다든가, 허리를 펴면 힘들어서 숙이고 걷는 것인데 “허리 좀 펴고 걸어. 왜 허리를 못 펴는 거야”라고 핀잔 아닌 핀잔을 줬다고도 한다. 부모를 사랑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관절염 통증을 직접 겪어보지 않아 의도치 않게 부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환자는 의사를 유일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 여기고 구구절절 이야기하게 된다. 그 마음을 충분히 알지만, 현실적인 여러 문제 때문에 이야기를 무한정 들어주기는 어렵다.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 개인사가 장황해지면 어쩔 수 없이 말을 끊고 필요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환자의 이야기를 다 듣기에는 시간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의사가 말을 끊으면 환자는 서운할 수 있다. 의사만큼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해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가족들에게서 느낀 서운함보다 강도가 더 클 수도 있다.

병을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라포르’(신뢰·친밀감)다.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의사가 가장 믿음직스럽기는 하겠지만, 환자가 질문에 어긋난 답변을 자꾸 하면 어쩔 수 없이 끊고 필요한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국 환자를 힘들게 하는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다.

똑같은 치료를 해도 라포르가 형성됐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예후는 다를 수 있다. 수술 후 회복하는 과정은 천차만별이다. 회복이 순조로운 환자도 있지만, 일시적으로 나빠졌다 좋아지는 환자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 라포르가 형성돼 있으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나를 치료한 사람이 최선을 다하는 최고의 의사라고 믿고 기다려주면 그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설령 의사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섭섭해하지 말고, 경험과 실력을 믿고 맡겨줬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어렵긴 하지만 필자도 매일 오늘 하루는 환자 이야기를 더욱 잘 듣고 공감해보자고 다짐하곤 한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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