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우려·OPEC 감산에도 꿈쩍 않는 국제유가…왜?
산유국 카르텔에도 유가는 5%↓
입김 안 통하는 OPEC·비 회원국 증산에 공급 증가 전망
中 경기둔화·전기차 시장 확대 등도 수요 감소 요인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급등세 탔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결속력 약화와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량 증대, 중국의 수요 둔화가 겹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95% 내린 73.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 홍해에서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을 거듭 공격했지만, 유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석유 공급이 수요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IEA는 18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150만 배럴 늘어나 사상 최고치인 1억335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등이 기록적인 원유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서다. 반면 원유 수요는 하루 124만배럴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 달 전망치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지난 해 하루 230만배럴씩 증가한다고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줄었다. 또한 OPEC이 발표한 하루 225만배럴 증가를 예상한 전망치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10월7일 이·팔 전쟁 발발로 중동 정세가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지만 국제유가는 석 달여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팔 전쟁 이후 유가는 한때 배럴당 88달러를 찍으며 90달러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70달러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팔 전쟁이 100일 이상 계속되고 있지만, 원유는 큰 차질 없이 공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 카르텔 입김 약화…수요 둔화 조짐도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의 감산 효과가 예전만큼 크지 않은 점이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해 11월 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유가를 띄우기 위해 하루 100만배럴로 감산 규모를 늘렸지만, 오히려 가격은 한 달 뒤 5% 하락했다. 미국과 브라질 등의 원유 생산이 늘면서 석유 카르텔의 감산 효과가 상쇄된 탓이다. 지난달 앙골라가 감산 기조에 불만을 표하며 OPEC+를 탈퇴한 데 이어 나이지리아, 이라크 등이 원유 생산을 늘린 것은 OPEC+의 결속 약화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IEA는 “석유 흐름에 큰 차질이 없는 한 올해 석유 시장은 합리적으로 공급이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보다 높은 비(非) OPEC+의 생산량 증가가 석유 수요 증가율을 큰 폭으로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 수요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점도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5.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부동산 침체와 수출 부진, 내수 부진 등이 겹친 탓이다. 세계 은행을 비롯해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들이 중국의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더 낮은 4%대로 낮춰잡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도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보여 글로벌 석유 소비량이 이른 시일 내 회복세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꾸준히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원유 수요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국제유가가 2022년 러시의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처럼 국제유가 고공행진하지 않는 건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량이 OPEC+의 감산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석유 수요도 각국의 경기둔화로 드라마틱하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등 돌발변수만 없다면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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