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5번 받을 땐 좋아하더니…호날두, 메시가 또 받자 "올해의 선수상 신뢰 안 해"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가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를 겨냥한 듯 '개인상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날두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글로브 축구 시상식에서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뒤 리그에서 경기당 1골의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준 데 인정을 받았다.
더불어 2023년 클럽과 국가대표팀 통틀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도 우뚝 섰다. 호날두는 알 나스르에 입단하고 리그 34골,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3골, 컵대회 7골 등을 기록했다. 포르투갈 대표로도 A매치 10골을 뽑아내 총 54골을 터뜨렸다.
한 해 기준으로 호날두는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이상 52골), 엘링 홀란드(50골•맨체스터 시티) 등을 따돌렸다. 유럽에서 명성이 자자한 공격수들을 따돌린 호날두는 "이번 시즌 최고의 골잡이가 나다. 홀란드와 같은 어린 선수들을 이겼다. 내가 자랑스럽다"며 "나는 곧 39세가 된다. 사람들이 날 의심할 때 성공해 더욱 기쁘다. 나는 비판에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날두는 부활에 의미를 크게 뒀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 다들 끝났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내 활약은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알 나스르의 훌륭한 스태프와 좋은 시간을 보낸 덕에 결과를 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내가 2023년에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놀랍지 않다. 나는 아직도 실력이 남아있고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경쟁자들과 뛰는 무대가 다르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호날두는 이미 유럽을 떠났다. 행선지도 아시아에서도 그동안 변방으로 취급받던 사우디아라비아다. 이제야 슈퍼스타들이 찾고 있지만 리그 전반적으로 경쟁력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호날두는 "내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54골을 넣은 것을 두고 폄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선수라면 사우디아라비아든 스페인이든 이탈리아든 포르투갈이든 득점하기 어려운 사실을 이해할 것이다. 골은 다 같은 골"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해낸 결과에 비해 상복이 없어선지 주요 단체에서 주는 개인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호날두는 축구계 개인상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풋볼 발롱도르와 FIFA 더 베스트 시상식에서 배제됐다. 호날두가 빠진 자리에서 빛난 건 라이벌 메시였다.
그래선지 "요즘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은 신뢰를 잃고 있다. 물론 메시가 수상할 자격이 없다거나 홀란드, 음바페의 자격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팩트는 숫자다. 숫자는 그 누구도 속일 수 없다"라고 했다.
올해 시상식 결과로 호날두는 메시와 커리어 격차가 벌어졌다.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 수상 횟수에서 모두 3회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카타르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메시가 챙기면서 이제는 역대 최고의 선수(Greatest of all time)로 호날두를 꼽는 의견은 사라졌다.
메시가 축구계에서 크게 인정을 받았다. FIFA 올해의 선수상의 경우 평가 시점이 월드컵 시즌이 아닌데도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았다. FIFA 회원국의 대표팀 감독 및 주장 그리고 기자단과 팬 투표까지 모두 반영된 올해의 선수상에서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
투표 결과 메시는 홀란드와 48점으로 동률을 이뤘다. 3위 음바페는 35점이었다. 다만 FIFA 올해의 선수상은 투표 점수가 같을 시 대표팀 주장 투표수를 우선하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107명의 주장들로부터 1위표를 받은 메시가 최고 자리에 올랐다. 홀란드는 64명에 그쳤다.
메시는 평가 기간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여전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 후반기 파리 생제르맹 소속으로 프랑스 리그앙 우승을 이끌었다. 마지막 경기까지 도움을 챙기면서 20골 20도움 고지를 밟았다. 지난 시즌 유럽 5대리그에서 공식전 20골 20도움을 달성한 건 메시가 유일했다. 리그앙에서 15골 16도움을 기록해 도움왕을 차지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골 4도움을 올렸다.
이번 시즌 유럽을 떠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여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와 손잡고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내기로 했다.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에 연착륙했다. MLS 동서부 통틀어 최약체로 평가받는 팀에 합류하자마자 우승컵을 안겼다.
메시가 남긴 인상이 강하긴 하나 평가 기간의 일부분이 유럽이 아닌 건 논란이 됐다. 그래서 대표팀 주장단 투표로 트로피를 들어올리자 인기투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메시가 현장에서 지니는 의미가 선수들에게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 축구대표팀의 손흥민도 메시에게 1위표를 줬다. 이외에도 음바페, 해리 케인(잉글랜드•바이에른 뮌헨), 모하메드 살라(이집트•리버풀),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레알 마드리드), 버질 반 다이크(네덜란드•리버풀), 얀 오블락(슬로베니아•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바르셀로나), 로멜루 루카쿠(벨기에•AS로마) 등이 메시에게 투표했다.
호날두가 일으킨 논란은 더 있다. 호날두는 유럽 무대를 떠나 사우디아라비아행을 택한 데 강한 자부심이 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를 뛰어보니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프랑스 리그앙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낫다"라고 했다.
이어 "리그앙에는 수준급 클럽이 2~3개에 불과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렇지 않다.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심지어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직접 뛰어보고 내린 결론"이라고 단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날두를 시작으로 지난해 여름 수많은 스타를 불러모았다. 중동으로 향한다고 하면 황혼기 선수들의 선택으로 여기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최고의 무대라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곧잘 사우디아라비아행을 택했다. 은골로 캉테(알 이티하드)와 리야드 마레즈(알 아흘리), 조던 헨더슨(알 에티파크), 후벵 네베스(알 힐랄) 등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레벨인 13명이 이적했다.
이밖에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사디오 마네가 알 나스르로 갔고, 세리에A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쳐 빅리그가 노리던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알 힐랄)도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는 걸 택했다. 지난해 발롱도르의 주인공인 카림 벤제마(알 이티하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네이마르의 알 힐랄 이적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호날두는 지난해 5월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는 향후 세계 5대 리그에 들어갈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9월에도 한술 더 떠 "유럽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내 기준에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곳은 프리미어리그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프리미어리그에 미치지 못하고, 분데스리가도 많이 떨어졌다"며 "이제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럽 리그처럼 될 것이다. 슈퍼스타들이 나를 따라 이곳에 오고 있다.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뛰는 게 지극히 자연스럽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호날두가 프랑스를 타깃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올려치자 리그앙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리그앙 공식 채널은 메시의 사진을 게재했다. 역대 최고의 선수인 메시가 뛰었던 리그의 상징성을 과시하려는 의도였다. 이어 지난해 파리 생제르맹이 알 나스르와 친선 경기에서 승리하고 킬리안 음바페가 호날두를 꼭 달래는 듯한 사진도 함께 올려 호날두를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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