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日의 지방창생, 교토의 고군분투
문화청 보금자리 교토로 옮겨
문화수도 정착 위해 각종 지원
‘서울 쏠림’ 해결법 눈여겨봐야
일본 교토는 어딜 가나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지난해 10월 출장으로 갔을 때는 ‘넘쳐난다’ 싶을 정도였다. 교토와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 허브인 교토역 주변에는 눈 돌리는 곳마다 외국인들이었다. 최근 일본 관광업계의 최대 고객이 된 한국인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관광을 온 것으로 보이는 일본인들도 많았다.
하지만 1년이 채 안 된 문화청 이전만을 두고 문화수도 운운한 건 주민들을 향한 정치적 수사로 보인다. 아직 그만한 내실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그래서 실질적 문화중심지가 발전하기 위한 교토의 고군분투에 눈길이 간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재정난을 겪고 있는 교토가 문화청 이전 전부터 문화예술활동 진작을 위해 민간의 기부에 의지해 왔고, 지금도 비슷한 사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교토는 2021년 10월 ‘아트·에이드(aid)·교토’라는 기부제도를 운영 중이다. 기부 모집을 행정적으로 인정받은 개인, 단체가 민간에 기부를 의뢰하는 제도다. 기부가 성사되면 70%는 활동비로 쓸 수 있고, 나머지는 문화진흥기금으로 충당된다.
지난해 헤이안신궁, 니조성 등에서 야간 조명 행사를 한 것은 이렇게 모인 기부금 덕분이었다. 하지만 기부금의 대부분이 기업이 낸 것이다. 2022년의 경우 2억2000만엔(약 19억8000만원) 중 90%가 기업기부였다. 교토는 개인 기부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신용카드로 매월 500∼3000엔(4500∼2만7000원)을 정액 기부할 수 있는 제도를 시작했다.
‘문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창출하는 도시’라는 슬로건 아래 예술품 제작, 훈련 등과 관련된 활동에 공간을 제공해 온 교토예술센터를 기업에 사무실로 제공하는 제도도 지난해 시작했다. 예술센터 관계자는 아사히에 “처음에는 예술과 경제를 결합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의가 늘고 기업 연수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가가 금전적 지원을 받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플러스가 되는 새로운 관계도 있지 않겠냐”며 “행정이 다리를 놓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청 이전은 일본의 고질적 문제인 도쿄 일극(一極)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이며, 교토의 고군분투는 지방창생(創生)을 위한 몸부림이다. 2014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을 완화하고 지방 부흥을 꾀하기 위해 정부기관 이전을 추진한 것이 계기였다. 성청을 이전해 정부가 솔선함으로써 민간기업의 분산을 이끌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했다.
교토는 명실상부한 일본의 문화수도로 정착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이 과제의 성사 여부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도쿄 일극집중보다 더하다 싶은 이른바 ‘서울공화국’ 문제를 우리가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교토시의 고군분투에서 지방을 살리기 위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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