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악수’ 커뮤니케이션

2024. 1. 2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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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토론에 매우 소극적인 건 고민거리다.

필자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수업의 경우는 종교적 믿음에서 이루어지는 신과의 커뮤니케이션,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같은 동물과 하는 커뮤니케이션, 화초와 같은 식물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인간 커뮤니케이션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하는 주제이다.

지난 18일 전북자치도 출범식에서 일어난 악수 사태도 인간의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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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토론에 매우 소극적인 건 고민거리다. 수업에서 질문과 응답을 나눌 때가 되면 학생들의 행동이 좀 달라진다. 교수의 눈길을 피하거나 마주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쓴다. 갑자기 노트에 무엇을 적기 시작하는 돌발적인 전환도 발생한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중고등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이 그런 교육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사정을 고려하면 그렇다. 토론이 사라지는 이유를 묻는 내게 ‘저희는 입시 지상주의의 희생물이다. 토론에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는 10여 년 전 어느 대학생의 고백이 생생하다.

토론이 꽤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주제도 있다. 필자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수업의 경우는 종교적 믿음에서 이루어지는 신과의 커뮤니케이션,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같은 동물과 하는 커뮤니케이션, 화초와 같은 식물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인간 커뮤니케이션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하는 주제이다.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차별성에 대한 의문이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사인이나 심벌을 사용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떤 ‘공통된 것을 생각하고, 공통의 의미를 대변’하는 상징적 행위이다. 또한 특정 상황에 적절한 ‘의미공유의 행위’라는 점이 강조된다. 따라서 전혀 공유되지 않은 경우는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18일 전북자치도 출범식에서 일어난 악수 사태도 인간의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보당 의원(전북 전주을)이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은 채 연이어 소리를 질러서”(국민의힘 의원의 증언) 경호팀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한 사건이다. 상대와 손을 잡는 ‘악수’는 지구상에 가장 널리 공유되는 상징적 행위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런 보편적인 행위도 상황에 따라서 매우 다른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상황에서 상대방과 하는 악수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 거래를 잘해 보자’는 의미를 공유한다. 반면에 거래가 결렬된 후에 하는 악수는 ‘아쉽게 되었습니다. 유감입니다’의 의미를 내포한다. 본질적으로 악수라는 동일한 행위이지만 그 의미는 매우 다른 것이다.

출범식에서 손을 맞잡는 악수는 본질적으로 축하의 의미를 지니는 비언어적 의미공유행위이다. 또한 출범식 상황에서 언어적 표현 또한 ‘축하’의 의미공유가 기대되는 행위이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위가 선호되는 행위인가에 대한 강력한 기대와 규칙이 작동한다. 법칙은 아니지만 이런 상식, 관행, 규범을 깨뜨리는 행위는 불상사를 일으킨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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