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제2차 냉전시대’의 글로벌 안보정책 모색
국력·국제적 위상 높아진 한국
北 군사위협 단호히 억제하고
미국과 전략적 고민 공유해야
수년 전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할 때 국제정치학자들은 이 강대국 대립의 성격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인 바 있다. 하버드대학에서 역사학을 강의하던 니얼 퍼거슨 교수 등은 미·중 간의 대립적 양상이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신냉전’이라고 단언하였다. 이에 반해 다른 연구자들은 냉전시대와 달리 미·중 양국이 경제적 상호의존의 측면도 띠고 있어, ‘전략적 경쟁’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는 반론을 제기한 바 있다.
냉전시대 미국이 봉쇄정책의 기조하에 글로벌 차원에서 공산세력의 군사적, 이념적 공세에 대응해 갈 때,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의 전략을 지원한 바 있다. 독일 아데나워 총리는 중·소 관계의 균열 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후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활약하는 키신저 박사에게 제시하면서 미·중 접근 및 데탕트 정책이 추진되는 토대를 제공하였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은 아데나워 총리와의 15차례 회담 등을 통해 역사적 숙적이었던 독일과의 화해협력을 적극 주도하면서 미국의 서유럽 통합전략을 측면 지원하였다. ‘제2차 냉전시대’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도, 냉전기 서유럽 동맹국가들이 그러했듯 미국과 전략적 고민을 공유하면서 글로벌 안보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서는 지난해 워싱턴 선언 이후 결성된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확장억제 체제를 강화하고,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을 통해 구축된 한·미·일 협력체제를 통해 공동의 미사일방어훈련 및 대잠훈련 등을 활발히 실시하면서 공동으로 대응하는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이 ‘핵태세 보고서’를 통해 향후 중국의 급속한 핵전력 증강을 예상하며 2030년대 이후에는 러시아와 중국 등 두 개의 핵강국에 대치하게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북핵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연장선에서 글로벌 핵질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고민을 공유하고 대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은 중국의 급속한 해군력 팽창에 대응하여 355척 태세로 해군전력을 증강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정책결정과정 및 조선업계의 생산능력 문제 등이 겹치면서 이 같은 목표는 아직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전력증강 목표들을 조선업계를 포함한 우리의 방산 능력을 바탕으로 지원할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제2차 냉전시대적 징후들을 보이는 국제안보정세를 전망하면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안보정책적 역할 확대를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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