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성공한 여성? 기회 찾고 두드리면 열려” [차 한잔 나누며]

윤준호 2024. 1. 2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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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는) '진취적인 사람이다', '독한 사람이다' 이렇게 말해요. 하지만 하다 보니 열정을 갖게 된 겁니다."

홍콩과 싱가포르 소재 글로벌 기업에 종사하는 한국인 여성 12명이 모여 책을 썼다.

채씨는 "성공한 커리어우먼 뒤엔 늘 희생한 여성이 있다는데, 그게 한국에선 친정엄마, 홍콩·싱가포르에선 헬퍼"라며 "남편 없이는 살 수 있어도 헬퍼 없인 못 산다는 워킹맘들의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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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살이 분투기’ 펴낸 워킹맘들
홍콩·싱가포르 기업 종사 12인
의기투합해 조직생활 경험 써
“가사도우미 덕에 커리어 쌓아
일자리 시장, 글로벌 장벽 완화
다양성 키우면 충분히 해낼 것”

“(주변에서는) ‘진취적인 사람이다’, ‘독한 사람이다’ 이렇게 말해요. 하지만 하다 보니 열정을 갖게 된 겁니다.”

홍콩과 싱가포르 소재 글로벌 기업에 종사하는 한국인 여성 12명이 모여 책을 썼다. 지난해 초 ‘홍콩워킹맘 커뮤니티’의 북클럽에서 만난 이들은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저자들은 가사와 육아의 부담,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에 시달리는 여성 직장인에게 실용적인 조언을 제공한 책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에서 영감을 받았다. 책 ‘선 넘은 여자들’이 나온 배경이다.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의 ‘홍콩·싱가포르판’이랄까.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본사에서 책 ‘선 넘은 여자들’을 쓴 채형은·임주영·조은경·방희란씨(왼쪽부터)가 인터뷰를 하며 웃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지난 2일 세계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12명의 저자 가운데 4명이 함께했다. 임주영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델리스크 관리자, 채형은 브링코(Bringko) 홍콩 법인장, 방희란 아마존 웹서비스 클라우드 비즈니스 담당자, 조은경 HSBC 리테일뱅킹 글로벌 마케팅 담당자다. 이들은 자기 이야기가 ‘성공한 여성의 특별한 이야기’로만 비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운을 뗐다. 삶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꾸준히 공부하는 한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책은 저자들이 마주했던 역경들을 어떻게 헤쳐왔는지를 보여준다. 자녀 양육과 일의 양립뿐만 아니라 타국살이까지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커리어를 계속할 수 있었던 건 ‘헬퍼(가사도우미)’ 덕분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채씨는 “성공한 커리어우먼 뒤엔 늘 희생한 여성이 있다는데, 그게 한국에선 친정엄마, 홍콩·싱가포르에선 헬퍼”라며 “남편 없이는 살 수 있어도 헬퍼 없인 못 산다는 워킹맘들의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조씨도 “홍콩에서 직장생활 하는 것의 장점이라면 여자들이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게 나이 든 양가 부모님이 우리 집으로 출퇴근하면서 애를 돌보게 한 것”이라며 “엄마도 아이도 힘들고, 이것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헬퍼와 출산율 제고를 연결짓는 것은 경계했다. 임씨는 “헬퍼가 있다고 해서 출산율이 올라가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헬퍼라는 제도가 정착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출산율은 낮다”면서 “대신 여성 취업률을 높인 건 자명한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저자들은 일자리 시장에서 글로벌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성은 이미 기업 경쟁력의 필수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임씨는 “미국에선 전체 인구 구성 비율이 한 회사의 등기이사회 구성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며 “여러 컨설팅 회사에서 다양성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생산성이 높다는 게 충분히 검증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만 뽑던 세계적 대기업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이민자를 뽑았다가, 이제는 아시아로 채용을 확대하는 것이 그 증거”라고 단언했다.

이들은 “‘남자화된 여자가 리더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생각은 옛날이야기”라며 여성 리더들을 향한 시선에 오해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조씨는 “‘남자보다 더한 여자’가 아니라 요즘은 부드러운 리더십에 여성의 강점이 있다고도 하는데 이것조차 편향적이라고 본다”며 “개개인의 특기를 살려서 잘 배치하는 일이 중요한 시대에선 과거 톱다운 방식의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들은 기회를 찾고 두드리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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