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한동훈 ‘명품백 충돌’
대통령·친윤계, 직접 사퇴 요구
한 “할 일 하겠다” 사퇴설 일축
대통령실은 갈등설에 일단 침묵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김건희 리스크’ 대응 방안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돌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주류 의원들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고, 한 위원장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국민의힘과 한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두고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SBS에 이관섭 대통령실장이 이날 한 위원장에게 직접 사퇴하라는 윤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명품가방 문제는 함정 취재로 인해 벌어졌는데 당에서 이런 부분을 빼놓고 김 여사 사과만 요구하는 데 대해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고 한다.
여당 내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은 이날 한 위원장과 만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여당 주류 인사들은 한 위원장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자객공천’을 한 위원장 개인 정치용 ‘사천’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고 채널A는 보도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수행한 이용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향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 그는 전날에는 ‘김 여사 명품 수수 논란과 관련해 사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비대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대통령실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철회했다는 논란을 두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 사퇴 요구 관련 보도에 대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입장’이란 입장문을 통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김 여사 사과 요구가 ‘기름’…대통령실, 한동훈에 ‘불만 폭발’
“국민 눈높이서 생각할 문제”…친윤계에 ‘사퇴’ 공격 빌미 제공
한, 정면돌파할 듯…‘윤석열 아바타’ 이미지 벗는 기회 될 수도
한 위원장은 앞서 여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서도 “당의 대표로서 할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통령실은 일제히 침묵을 지켰다.
이처럼 윤 대통령 측에서 취임 한 달도 안 된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까지 제기한 배경에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입장차가 자리 잡고 있다.
한 위원장은 취임 전엔 쌍특검에 대해 “정치공작”이란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난 18일 “기본적으로 함정 몰카”라면서도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하며 미묘한 입장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19일에는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김 비대위원의 김 여사 사과 주장이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 17일에는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며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원인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와 난잡한 생활을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이 “바짝 엎드려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여당 내에서는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 위원장은 이런 김 비대위원을 억제하기는커녕 ‘자객공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통령실과 친윤계 의원들에게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비대위원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마포을에 출마한다고 소개해 ‘사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 참모 출신들조차 공천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라며 “공천은 전적으로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만 그 과정이 공정한 공천이 돼야 한다는 것이 명확한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스템 공천을 외면하는 ‘사천’이 명분이지만 배경에는 김 여사 리스크 대응을 둘러싼 입장차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에서 공개적인 사퇴 요구가 분출한 이상 한 위원장은 선택의 기로에 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의 요구에 맞춰 한발 물러서느냐, 아니면 이번 사안을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를 벗는 계기로 삼느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한 위원장은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약속대련’ 수준에서 그칠지, 총선을 앞두고 현재와 미래 권력이 충돌하는 파국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순간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이번 일로 인해 물러날 수도 있느냐는 관측에 대해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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