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부진 속…불 뿜는 미·일 증시
‘슈퍼 엔저’ 영향 닛케이 8% 올라
코스피·항셍 지수 7~8%씩 하락
새해 글로벌 증시에 극명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중화권 증시가 부진한 사이 일본과 미국 증시는 강세를 보이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40% 오른 35963.27로 마감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35000선을 넘었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한때 36076.23까지 오르기도 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지난 19일까지 8.0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7.38% 하락하고, 홍콩항셍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가 각각 8.81%, 4.39%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일본 증시의 강세 배경으로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 점이 꼽힌다. 일본 경제가 장기간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일본은행(BOJ)은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해왔다. 최근 2~3년 주요국들이 물가 관리를 위해 금리를 끌어올리고 긴축에 나선 동안에도 일본은행의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투자 자금이 금리가 높은 통화를 찾아가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슈퍼 엔저’ 현상이 나타났는데, 일본 수출기업들이 이 같은 엔저효과를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일본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도 물가가 조금씩 오르면서 시장은 BOJ가 올해 1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할 것으로 봤지만, 새해 첫날 발생한 노토반도 지진을 계기로 4월설이 유력해진 분위기다.
최보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가 연초 이후 나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엔화 약세에 따라 일본 수출기업 실적이 개선됐고, 신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도입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일본이 신NISA 제도를 도입한 것도 상승 요인 중 하나다. NISA는 주식 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 부분에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로 한국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유사하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S&P500지수는 4839.81에 거래를 마치며 2년 만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증시는 연초 박스권 흐름을 보이기도 했지만,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로 빅테크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올해 들어 7.50%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2조9630억달러)는 애플(2조9610억달러)을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장의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시장은 연준이 올해 5~6회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연준 인사들은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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