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독수리가 아니다…‘자연 닮은’ 군용 무인기 등장

이정호 기자 2024. 1. 21. 21: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형 무인기 ‘에볼루션 이글’이 하늘을 날고 있다. 에볼루션 이글은 크기와 형태, 색깔이 살아 있는 독수리와 빼닮아 적군의 눈을 피해 정찰을 할 수 있다. 가드 프롬 어보브 제공
네덜란드서 개발 ‘에볼루션 이글’
크기·모양, 날개 편 독수리 닮아
활주로 없이 사람이 던져서 이륙
착륙할 때도 바퀴 없이 내려앉아
원격 조종하는 지상 요원 고글에
조종용 카메라가 찍은 영상 전송
직접 하늘 나는 듯 지상 관찰 가능

#한적한 산길을 따라 아군의 병력 수송용 트럭이 천천히 주행한다. 주변에는 풀과 나무만 즐비할 뿐 이렇다 할 적의 위협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매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아군 병사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길가에 트럭을 세운 뒤 무언가를 조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뒤 조립이 끝난 물체는 무인기(드론)였다. 아군은 무인기를 하늘에 띄운 뒤 무인기 동체에 장착된 카메라로 지상을 관측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군 트럭의 이동 경로에서 로켓포로 무장한 채 숨어 있던 적군을 찾아낸다. 그대로 트럭을 타고 달렸다면 적 매복 공격에 당할 뻔한 일을 무인기로 막은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무인기가 적군 코앞까지 날아가 카메라로 촬영하는데도 적군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인기가 접근하면 총을 들어 사격하거나 몸을 피하는 것이 정상 반응인데 적군에게는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무인기 모습이 무인기답지 않아서다. 적군을 촬영하던 무인기는 살아 있는 독수리와 크기, 형태, 색깔까지 빼닮았다. 독수리가 하늘에 보인다고 해서 구태여 총을 쏴 맞히려는 군인은 없다. 독수리를 닮은 무인기가 적을 공중에서 은밀히 살피는 일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이 모습은 최근 개발된 신형 군용 무인기가 작전에 투입된 상황을 가정해 제작된 동영상의 일부다. 무인기의 이름은 ‘에볼루션 이글’이다.

하늘을 향해 신형 무인기 ‘에볼루션 이글’을 날리는 모습. 지상 활주 없이 인간의 팔 힘에 의지해 이륙한다. 가드 프롬 어보브 제공

주야간용 정찰 카메라 탑재

과학기술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은 최근 네덜란드 기업 ‘가드 프롬 어보브’가 신형 무인기 에볼루션 이글을 개발해 공개했다고 전했다.

에볼루션 이글의 크기와 모양은 날개를 완전히 편 독수리 같다. 날개 길이는 1.5m 내외다. 동체에는 진짜 독수리의 깃털 색깔처럼 갈색과 황토색, 검은색이 뒤섞인 페인트가 칠해졌다.

에볼루션 이글은 사람이 동체를 붙잡고 하늘로 힘껏 던져 이륙시킨다. 활주로는 필요 없다. 지상을 떠난 에볼루션 이글은 좌우 날개에서 하나씩, 총 2개의 프로펠러를 돌린다. 이렇게 만든 양력(공중에 뜨는 힘)으로 하늘로 상승한다.

하늘로 올라간 에볼루션 이글은 아군 지상 요원이 원격 조종한다. 에볼루션 이글의 조종용 카메라가 찍은 영상이 지상 요원이 착용한 고글 속 화면으로 전송된다. 고글을 쓴 지상 요원은 자신이 에볼루션 이글로 변신한 것처럼 1인칭 시점에서 조종한다. 그러면서 지상을 살필 수 있다. 임무를 마친 에볼루션 이글은 바퀴 없이 동체 착륙한다.

에볼루션 이글에는 필요에 따라 정찰 용도의 카메라를 별도로 더 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적외선을 잡아내는 카메라를 탑재하면 어둠 속이나 연기 너머에 들어가 있는 적군 병사들의 동태를 살필 수 있다. 적의 갑작스러운 기습에 대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아군이 기습을 준비한다면 적의 규모와 위치를 미리 알 수 있어 작전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진짜 독수리처럼 활공도

무인기를 왜 독수리처럼 만들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적군을 속이기 위해서다. 에볼루션 이글이 지상에서 수백m 상공을 날면 땅에 서 있는 적군 눈에는 무인기가 아닌 진짜 독수리처럼 보인다.

다만 프로펠러가 장착된 에볼루션 이글은 진짜 독수리처럼 날개를 펄럭이는 동작은 전혀 하지 않는다. 새가 아닌, 기계라는 점을 보여주는 약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에볼루션 이글이 날갯짓을 하지 않더라도 적군의 눈에는 상승 기류를 타고 활공 비행을 하는 독수리처럼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독수리는 실제로 활공 비행을 자주 한다.

게다가 에볼루션 이글은 때때로 프로펠러를 완전히 끈 채 비행할 수 있다. 이러면 프로펠러 회전 소음이 사라진다. 진짜 독수리의 활공 비행 모습에 더 다가가는 셈이다. 적군을 더 확실하게 속일 수 있다.

에볼루션 이글의 정확한 크기나 중량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프로펠러를 돌리고 각종 전자장비를 작동시키는 힘은 전기 모터와 배터리에서 나온다. 완전히 충전한 에볼루션 이글은 시속 60㎞로 1시간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드 프롬 어보브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에볼루션 이글은 군사용은 물론 야생동물 보호, 밀렵꾼 감시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