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충돌 이란·파키스탄, 불신만 남긴 화해

손우성 기자 2024. 1. 21. 21: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교장관 간 통화, 전격 합의
“형제”라던 양국 균열 불가피
“최고 수혜자는 중국” 평가도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긴장을 고조시켰던 이란과 파키스탄이 전격 화해했다. 하지만 한때 서로를 ‘형제의 나라’로 부르며 우호 관계를 자랑했던 양국이 이번 사태로 크게 틀어졌고, 중동과 남아시아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남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자지라는 20일(현지시간) “이란과 파키스탄은 군사충돌 이후 긴장을 완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상호 불신이 확인됐다”며 “이 지역(중동·남아시아) 국경 안보 우려는 더욱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두 나라의 이례적인 군사행동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3개월 이상 벌인 전쟁으로 인해 이미 곤경에 처해 있는 지역에서 더 광범위한 갈등이 펼쳐질 수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6일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에 있는 반이란 무장단체 ‘자이시 알아들’ 기지를 미사일과 무인기로 공격했고, 파키스탄군은 이틀 뒤 이란 시스탄-발루치스탄주의 반파키스탄 단체 ‘발루치스탄 해방군’ 근거지에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국제사회는 시아파 맹주 이란과 수니파가 다수인 파키스탄이 종파 차이에도 지금까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충돌을 예의 주시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 외교장관은 전날 통화를 하고 더 이상의 충돌을 피하자는 데 합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테러 대응을 비롯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실무 협력과 긴밀한 조율이 강화돼야 한다는 뜻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화해가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절하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조슈아 화이트 연구원은 알자지라에 “양측 모두 자신들이 필요할 땐 ‘형제애’라는 수사를 사용하지만 상대의 저의를 의심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세계 질서가 이번 충돌로 흐트러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디언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양국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며 “이는 새롭고 더 위험한 상황이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양국 갈등의 최고 수혜자는 중국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등으로 중동에서 미국이 신임을 잃는 가운데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파키스탄의 이란 본토 공격 이후 “이란과 파키스탄은 중국의 우호 국가”라며 “우리는 사태의 진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