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바람이 만든 힘…다시 뜨는 대실마을
마을 곳곳 재생에너지 설치…태양광·풍력 동시 발전
유료 체험장 만들고 3년 뒤엔 ‘배터리 충전소’ 판매
‘소멸 위험’ 높은 지역에 방문객 늘어 ‘선순환’ 기대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마을이 언제 사라질지 몰랐는데 어쩌면 햇빛과 바람이 다시 살릴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듭니다.”
전남 나주시 봉황면 대실마을은 농촌 지역인 봉황에서도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마을이다. 24가구 48명의 주민이 사는 이 마을은 봉황면 50개 마을 중 규모가 가장 작다. 이장도 청년회장도 노인회장도 모두 65세가 넘는다.
하지만 요즘 마을에는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지난 16일 만난 정중기 이장(70)은 “평소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 다양한 재생에너지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불쑥불쑥 찾아온다”고 했다. 정 이장은 “골목이 시끄러워도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실마을 곳곳에는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들이 설치돼 있었다. 마을 어귀에 위에서는 태양광, 아래에서는 원통형의 날개가 돌아가는 시설이 보였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동시에 가능한 ‘하이브리드 발전’ 시설이다. 시간당 10㎾의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개발 업체는 성능 실험 공간을 찾지 못하다가 지난해 11월 대실마을에 처음으로 설치했다.
마을 곳곳 가로등도 특별했다. 가로등은 위쪽에 태양광과 풍력 발전기가 설치돼 전력을 만들고, 아래쪽에 킥보드 등 전기 이동 장치나 배터리를 충전하는 공간이 있다. 동신대 학생들이 개발한 이 가로등도 대실마을에서 첫 성능 검증 중이다.
마을회관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알록달록’했다. 태양광 패널에 다양한 색을 입혀 지붕이나 담장 등을 꾸밀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일반 패널과 발전 효율 등을 비교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동신대가 이곳에 재생에너지 생산·판매부터 체험까지도 할 수 있는 ‘에너지 마을’을 조성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 마을의 풍부한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서 다양한 재생에너지 설비를 테스트하고, 생산된 전력이 주민 소득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다.
대실마을에서는 현재 8개 기업이 재생에너지 설비를 시험 중이고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마을 주민들에게 공급돼 ‘에너지 자립’을 이루게 한다.
재생에너지 시설이 모두 정상 가동되는 3년 후부터는 ‘배터리 공유 시스템’이 추진된다. 전기 이륜차나 캠핑, 기업 에너지 저장장치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 충전소’를 만들어 가까운 나주 혁신도시나 광주광역시 등에 판매하는 수익 모델이다.
오는 3월부터는 독특한 재생에너지 시설을 활용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료 체험’도 시작한다. 발생 수익금의 일부는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영농철에는 전기 농기계도 시험 운행되고, 다목적 전기차와 소형 운반차 등은 마을 재생에너지로 충전해 비용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동신대 메이커스페이스 사업단장인 이동휘 교수는 “대실마을은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선보이고 실증할 수 있는 곳인 동시에 학생들의 체험 학습 공간”이라면서 “재생에너지 생산이 수익으로 이어지면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는 마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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