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추락·홍콩ELS 손실 눈덩이… 연초 흔들리는 금융시장

이도형 2024. 1. 2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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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새해 수익률 마이너스 8.1%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악재에
연초 차익실현·실적 부진도 겹쳐
지난주 막판 반도체 매수세 유입
약세장 지속될지는 아직 미지수
홍콩H지수 연초 대비 11.12% 급락
ELS 투자자들 원금 손실 본격화
상반기 손실 6조원 넘어설 수도
코스피가 연초 대비 7% 넘게 하락했다. 주요 선진국 대비 하락세가 뚜렷하다. 단기급등 후 차익실현, 실적 부진과 같은 대내 요인에다 지정학적 불안과 같은 대외 요인까지 국내외 악재가 영향을 미친 탓이다. 한국 증시와 함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 원금 손실은 본격화하고 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32.7포인트, 1.34% 오른 2472.74로 마감했다. 일주일 전인 12일 대비 2.07%, 1월2일 종가(2669.81)와 비교해 보면 7.3% 하락했다. 코스피 하락세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이정환 키움증권 연구원이 19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의 연초 수익률은 -8.1%로 상해종합(-4.3%), 대만가권(-3.9%), 유로스톡스50(-2.6%), S&P500(-0.6%) 등 다른 국가 대비 하락세가 완연하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6% 상승했다.
뚜렷한 기관 매도세가 한국 주식시장 약세를 견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부터 19일까지 기관은 6조965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개인은 5조4692억원을, 외국인은 1조763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연구원은 “유난히 한국 증시 낙폭이 과도한 이유는 국내 고유의 연초 수급적 요인이 과거 대비 올해 영향력이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12월 결산법인으로 이에 따른 금융투자의 배당차익 거래가 연말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역대 최고급으로 유입된 매수세가 차익실현이 되자 대거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코스피의 지난해 11∼12월간 수익률은 16.6%였다. 이 연구원은 “금융투자와 외국인의 연말 과도한 자금 유입으로 연초 반대급부적으로 대거 되돌림이 나타나면서 국내증시 낙폭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실적 부진 등의 현상도 주식시장 약세를 불렀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1월 들어 반도체, 이차전지, 철강 등 대형 수출기업들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최근 일주일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화학(주간 -4.4%), 철강(-3.2%), 전기·전자(-2.0%) 순으로 하향 조정됐다”며 “예상치를 상회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소매판매 등 견조한 미국 경기지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 등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정책금리 인하 전망도 다소 후퇴했다”고 짚었다.

약세장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코스피는 지난 18일과 19일 연속 상승 마감하면서 반등했다. 국내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19일 하루 동안 각각 4.18%, 3.74% 올랐다. 반도체 관련주들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11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코스피에서 매도세를 보이던 외국인은 19일 하루에만 7022억원 순매수에 나섰다. 악재도 상존한다. 이번 주 계속되는 4분기 기업실적 발표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북한의 도발 및 중동정세 악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다.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코스피보다 더 하락세가 뚜렷한 것은 홍콩H지수다. 연초 대비 11.12%나 떨어졌다.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19일까지 2296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 약 4353억원 중 2057억원만 상환돼 전체 손실률은 52.8%에 달한다. 일부 상품에선 56.1% 손실률도 확인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관련 상품만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H지수가 하락 추세를 지속한다면 관련 ELS 원금 손실 규모는 상반기에만 6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이도형·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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