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체제 한 달 만에…사퇴냐, 차별화냐 중대 기로
대통령과 대결 구도에 내몰려
‘차기 대권’ 개인 지지율 상승
중도층 잡기 위한 행보 숙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위원장에 지명된 지 한 달을 맞는 21일 선택의 기로에 섰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응 문제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충돌하면서 사퇴 압박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리스크 대응 입장차로 불명예 중도하차하느냐, 아니면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며 윤 대통령과 대결하느냐를 선택해야 한다.
한 위원장은 그간 전국 순회로 세몰이를 하고 빠르게 당을 ‘한동훈 체제’로 바꿨지만 “윤 대통령이 뛰던 운동장에 갇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아바타’ 논란을 극복하고 중도로 확장해야 총선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한 최대 과제가 ‘김건희 리스크’ 대응이나, 한 위원장은 그동안 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으로 규정하며 적극적인 대응은 꺼리는 모습이었다. 다만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김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주장하고, 한 위원장이 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김 비대위원을 전략공천하려 하자 대통령실과 충돌하게 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와 여권 주류는 이날 한 위원장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명분은 ‘사천’(사적인 공천) 우려이나, 실질은 김 비대위원의 김 여사 관련 강력 발언에 한 위원장이 제동을 걸지 않자 윤 대통령이 불만을 가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한 달 동안 윤 대통령 대신 미래 주자인 한 위원장을 얼굴로 총선을 치르는 모드로 빠르게 전환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대전과 대구를 시작으로 17일 서울까지 전국을 돌며 당 신년인사회를 찾아 지지층을 결집했다. 지역마다 군 복무(강원), 어린 시절(충북), 좌천 근무(부산) 등 연고를 강조했다. 시민 간 연대를 강조하는 ‘동료 시민’이란 표현은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5·18민주화운동 폄훼가 불거진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에 대해 당일 징계 절차에 착수하고, 비대위원의 노인 폄하 발언에 바로 김호일 노인회장에게 사과했다. 정권 2인자이자 미래주자가 당권을 쥐자 무엇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인지 따지느라 당력이 소모되던 것이 줄어들었단 분석도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선주자로서 한 위원장 개인 지지율은 크게 올랐다. 하지만 높은 정권심판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당 지지율도 끌어올리지 못했다. 보수 지지층을 한데 끌어모았지만 선거의 키를 쥔 중도층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BBS 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이 전국을 다녔지만 (당내) 신년회를 위주로 다녔다. 중도와 접촉면은 많지 않았다”며 “활동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장이 되자마자 변화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등 쌍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으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옹호했다. 국민의힘은 쌍특검법에 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운동장 자체를 중도로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 메시지도 미래지향적인 정책의제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때리기가 부각되는 한계를 보였다. 체포동의안 포기 서명, 국회의원 정수 50명 축소 등 릴레이로 내놓은 정치개혁안은 정치혐오에 기반한 포퓰리즘이란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 16~17일 인천·서울 신년인사회에서 현직 당협위원장을 앞에 두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경율 비대위원을 출마자로 소개한 것에 대해서도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전략공천을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미덥·조문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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