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이태원 참사 ‘별은 알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시민단체 행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 <별은 알고 있다> 상영회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60여명이 모였고, 권오연 다큐 감독과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이 참여했다. 다큐는 이태원 참사 당시 유가족들이 고인을 찾는 과정과 이후 진실규명을 위한 투쟁과정, 유가족들의 고통을 세심하게 조명하고 있었다.
서울시청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던 날을 조명하는 화면을 보면서 유가족들의 심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가족들, 이를 강제 해산시키려는 경찰, 그 속에서 서로 팔짱을 끼고 경찰들의 진입을 막는 시민들. 경찰은 확성기를 통해 ‘불법 조형시설물’이라는 소리만 반복하고 있었다. 참사는 막지 못하고 분향소 설치를 방해하는 공권력을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다큐의 마지막은 159명의 고인들의 사진과 영상이 10분가량 소개되었다. 처음으로 보는 희생자들의 얼굴과 이름이었다. 너무 젊고, 웃고 있는 모습에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렸다. 다큐를 함께 시청하는 것 자체가 참사를 기억하는 것이고 유가족들에게 힘을 보태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이태원 참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여전히 진상규명은 오리무중이고 유가족들은 길거리 투쟁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유가족의 주장에 대해 냉담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만희 의원(국민의힘)은 이태원참사특별법 반대토론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며 국가의 행정력 및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에 낭비될 수 있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의 시각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참사가 발생한 것 자체가 사회적 혼란이고, 공권력이 무너진 것이다. 헌법 34조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는 이 헌법 조항을 어긴 것으로 정부는 그 원인에 대해서 조사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이정민 위원장은 다큐 상영회에서 “이태원에서 희생된 아이들에게 모든 원인을 돌리고 있다. 거기 간 희생자들이 타락되고 잘못된 것처럼 여기고 있다. 부모 된 입장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부실한 수사로 고인들의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1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아온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이 결정은 경찰과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참사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당시 국가시스템이 왜 무너졌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는 공권력의 부작위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일 경찰은 쏟아지는 112신고에 왜 대응하지 못했는지, 마약수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근처 집회 대응에 우선 공권력을 배치했는지 등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서 그런지 참사 이후 정무직 공무원들 중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도 없다. 이태원참사특별법에 규정되어 있는 특별조사위원회가 밝혀야 할 과제들이다.
더 심각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유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1주기 행사를 정치적인 집회로 규정하고 별도로 교회에서 추모 예배행사를 가졌을 뿐이다. 한심한 노릇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집권 여당으로서 조금의 책임감도 가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행태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유가족의 상처에 다시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마지막으로 호소한다. 국회는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재의결해 참사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 그리고 15개월간의 유가족들 투쟁이 끝나길 기원한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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