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빈대 굶을까봐 내 피 내주기도”…비주류 택한 서울대 교수 본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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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듯했던 빈대가 지난해 말 다시 기승을 부렸다.
김 교수는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이 늘어나진 않았는지, 병원체를 어떻게 보유하고 있는지를 매년 체크해야 한다"며 "털진드기 채집을 위해 하루종일 쥐를 잡으러 다닌 적도 있었고, 지금도 여름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모기를 채집하러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피를 물려가며 실험체를 사육한 건 그들을 '잘 죽이는 방법'과 그들이 '질병을 옮기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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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살충제 개발 1등 공신
돈되는 농업해충 분야 대신
인류 복지에 기여하고 싶어
‘비주류’ 의용곤충 연구 택해
“효과적 살충법 연구하려고
수백마리 이에 직접 물리기도”
김 교수의 연구 대상은 ‘의용 절지동물’이다. 인간에게 기생하거나 질병을 옮겨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모기나 진드기 등의 생명체를 의미한다. “여러 해충을 연구하는데 그중에 빈대로 인해 주목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하는 그를 매일경제가 인터뷰했다.
국내 곤충 연구의 주류는 경제적 영향이 큰 농업 해충 분야다. 그럼에도 그가 ‘비주류의 길’인 의용 절지동물 연구를 선택한 것은 과학자로서 흥미를 느꼈고, 꼭 필요한 연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은 모기로 알려져 있다”며 “인류 전체의 복지에 기여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고, 과학자로서 연구 욕심이 드는 분야에 집중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연구하는 의용 절지동물은 사실상 1년 내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는 “요즘엔 3월부터 모기와 진드기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며 “7월엔 일본 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가 늘어나 경보가 발령되고 9월엔 쯔쯔가무시증을 옮기는 털진드기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겨울도 더 이상 안전한 계절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곤충들의 활동기간이 길어졌고, 특히 최근 기승을 부렸던 빈대 등 실내에서 번식하는 해충은 겨울철에도 활동한다.
어렵게 채집한 실험체를 사육하기 위해 피를 봐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는 “이는 사람의 피만 먹는데 2시간마다 밥을 먹여야 한다”며 “지금은 인공 사육시설이 있지만 과거엔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해 많게는 수백 마리의 이에게 직접 피를 물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물론 지도교수님께선 만류했지만, 과학자로서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피를 물려가며 실험체를 사육한 건 그들을 ‘잘 죽이는 방법’과 그들이 ‘질병을 옮기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의용 곤충들의 활동기간이 늘고 번식도 활발해지는 추세”라며 “질병을 옮기는 양상이 바뀌기도 하고, 결국 살충제 사용을 늘리게 될 텐데 이는 저항성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언젠가 국내 기후와 식생을 반영한, 한국말로 된 ‘의용 곤충 바이블’을 집필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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