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기역니은 춤
배우 임시완(장병태 역)이 ‘온양 찌질이’에서 ‘부여 싸움짱’이 되는 드라마 <소년시대>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적절하게 버무린 유머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극중 임시완은 나이트클럽에서 가수 박남정의 기역니은 춤(사진)을 신나게 따라하며 여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얼굴을 중심으로 손을 가로세로로 움직이는 이 춤은 1980년대 말 박남정이 댄스곡 ‘널 그리며’를 발표하면서 유행시켰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따라하면서 남진의 개다리춤 이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박남정은 덕분에 한국의 마이클 잭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당시 댄스의 여제가 김완선이라면 그는 댄스계의 왕자였다.
박남정이 춤을 배운 건 주한미군 방송인 AFKN과 이태원 나이트클럽이었다. 댄스경연 프로그램인 <소울 트레인> 등에서 본 춤을 연마해서 클럽에 가서 전국의 춤꾼들과 대결을 펼쳤다. 어린이합창단 출신인 박남정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이주노, 박철우 등과 함께 이름이 알려진 원조춤꾼이었다. 친구들과 팀을 이뤄 하루 4~5개의 클럽을 돌면서 공연을 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양현석과 이주노가 박남정의 백댄서로 활약했던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박남정이 직접 만든 유로댄스에 ‘뽕’끼를 섞은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 기역니은 춤은 없었다, 박남정의 제안으로 쇼 프로그램에서 선을 보였고, 사람들이 기역니은 춤으로 부르면서 열광했다, 그러나 이 춤은 재닛 잭슨, 티파니 등 팝스타들이 이미 선보였기에 엄밀히 말하면 표절이었다.
이제 박남정의 딸 시은이 걸 그룹 스테이씨의 멤버로 활약하면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아이돌 그룹이 추는 춤에 지구촌 젊은이들이 열광하면서 커버댄스 열풍이 불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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