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 어떤 이대남에 주목해서 호들갑 떨 때가 아니다
총선이 다가온다. 앞다투어 청년층에 구애를 펼치던 지난 대선의 풍경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보일 거라 예상된다.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청년은 대략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2030세대로, ‘MZ세대’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 등 다양하게 불리기도 한다. 어떤 청년을 주목하고 담론의 주제로 삼을지는 각자의 자유이지만, 국가 방향을 결정해가는 정치의 영역에서만큼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방향은 0점이다.
우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두드러지는 속칭 ‘이대남’에 대한 호들갑이 극심하다. 극우 정치세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치밀하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 현상이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중 정치 분야의 접속률 또한 그리 높지 않다. 연령대와 무관하게 그런 커뮤니티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며, ‘이대남의 분노’ 등 미디어와 정치권의 이야기가 청년층이 주류라기엔 실체가 불분명한 것이다. 잘못된 번지수로 인해, 정치권은 청년을 위한답시고 극우세력의 눈치를 보는 정책만 쏟아냈다. 그 결과, 배제된 다수 청년들은 정치에 강한 불신만 품게 되었다.
정작 청년을 두고 한국 사회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었다. 청년의 중간 지점인 1997년생을 기점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태어나자마자 조국은 외환위기라는 국가 부도 사태를 겪었다. 애당초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뉴타운 투기 광풍 이후 비극적인 용산참사까지 이어졌다. 사람이 죽어가더라도 자산 증식을 위한 욕망은 언제나 존중받는 세상이었다. 청소년기에는 세월호 참사로 동갑내기 단원고 학생들을 떠나보냈다. 가까스로 청년이 되었지만, 이태원 참사라는 또 다른 허망한 사고로 또래들을 잃어야 했다.
태어난 이후, 국가는 언제나 국민을 방치하는 모습만 보였다. 각자도생의 방법을 찾지 못하면 생존까지 위협받는 세상이었다. 그런데도 입시, 취직, 결혼, 출산까지 남들처럼 번듯하게 살아내라고만 한다. 심각한 청년 자살률, 니트(NEET)족, 물질주의, 개인주의 등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통계와 특성들은 지난 시간과 무관하지 않다. 간혹 ‘요즘 애들’이 보수화되었다며 진심으로 고민하는 중장년의 모습도 보인다. 비극의 한복판에 몰아넣고 국가 진보에 대한 당위적인 참여를 운운하는 건 참 몰염치하다.
아픈 기억만 연속된 세대가 손잡아주는 사람 없이 또다시 시간이 흘러 한국 사회의 중추가 된 미래는 더욱 슬플 것 같다. 정치, 언론, 학계 모두가 극우주의 커뮤니티를 두고 왈가왈부할 시간에, 지난 시간의 무게를 묵묵히 버티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꺼내고 함께할 방법을 찾기 위해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단순히 진보냐 보수냐를 넘어 갈등과 혐오로 점철된 오늘날, 사회적으로 훨씬 더 의미 있고 효용이 높았을 테다.
다행히 아직 늦지 않았다. 그동안 말해지지 않은 청년들을 찾아내고, 진짜 듣고 싶었던,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대한 조명을 이제 시작하면 된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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