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반찬으로 먹고 약으로도 쓰는 ‘냉이’
그제(1월20일)가 24절기의 끝 절후인 대한(大寒)이었다. 한자만 놓고 보면 ‘큰 추위’가 닥치는 때다. 하지만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처럼 이 무렵엔 날이 포근해진다. 봄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한 다음 절기는 입춘(立春)이다. 즉 이즈음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때이자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시기다. 해서 제주도에서는 대한을 지나고 5일 후부터 입춘이 오기 3일 전까지 약 일주일을 ‘신구간(新舊間)’이라 부르며, 이때는 집을 수리하거나 이사를 해도 큰 탈이 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입동(立冬)에서 시작돼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을 거치며 점점 강해지던 겨울 추위가 대한에 이르러 한풀 꺾이면서 이제 언 땅을 헤집고 새 생명들이 돋기 시작한다. ‘냉이’도 그중 하나다.
냉이는 한자어 ‘내이(乃耳)’나 ‘나이(那耳)’에서 유래한 말로 본다. ‘먹을 수 있는 약이나 채소’를 뜻하는 이름이다. <동의보감>에 “냉이로 국을 끓여 먹으면 피를 간으로 운반해 주고, 눈을 맑게 해 준다”고 기록돼 있으며, 현대 한방에서도 이뇨·해독·지혈 등에 좋은 약재로 냉이가 쓰인다고 한다. 아울러 냉이에는 비타민과 단백질과 칼슘 등이 다른 나물에 비해 많이 들어 있다. 냉이 씨를 옷장에 넣어 두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참 신통방통한 먹거리다.
이러한 냉이는 지방에 따라 ‘나시’ ‘내이’ ‘나이’ ‘나생이’ ‘나수랭이’ ‘나승갱이’ ‘나상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한자어로는 제채(薺菜) 계심채(鷄心菜) 정장초(淨腸草) 호생초(護生草) 향선채(香善菜) 등이 냉이를 가리킨다. 이처럼 이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흔하고 찾는 사람도 많았음을 의미한다.
냉이의 이름과 관련해 일본어로 냉이를 뜻하는 ‘나쓰나(ナズナ)’도 눈길을 끈다. 앞부분 ‘나쓰-’가 냉이를 가리키는 우리말 ‘나시’ 등과 닮았고, 뒷부분 ‘-나’는 나물을 이르기 때문이다. 즉 나쓰나는 우리말 ‘냉이나물’이 그대로 옮겨간 느낌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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