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동훈 지지 철회’ 보도에... 韓 “국민 보고 할 일 하겠다”

박수찬 기자 2024. 1. 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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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이용(초선·비례) 의원이 21일 여당 의원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공유했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낸 ‘친윤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국민보고 나선 길, 할 일을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늘 대통령실 사퇴요구 관련 보도에 대한 한동훈 비대위원장 입장’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친윤 강경파의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통해 “비대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사퇴 요구를 했다는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른바 기대와 신뢰 철회 논란과 관련해서 이 문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 한 비대위원장 줄세우기 공천 행태에 기대·지지 철회’라는 제목의 ‘쿠키뉴스’ 기사를 공유했다.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을 서울 마포을 총선에 투입하려 한 데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한동훈식 줄세우기 공천’이라고 비난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철회하고 위원장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당에 결정에 맡기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 위원장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이 의원이 공유한 기사엔 이날 저녁까지 옹호하거나 반대 의견을 남긴 의원은 없었지만 의원들은 기사가 나온 배경을 분주하게 파악했다고 한다.

여권에선 해당 기사에 대해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한 위원장의 입장과 관련해 여권 일각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 위원장은 명품 가방 사건을 ‘몰카 공작’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최근엔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다”(지난 18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지난 19일)라고 했다. 일부 비대위원과 영입 인사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여사 사과를 주장한 데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모인 곳”이라며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 여사 사과 주장은 이후 이상민·하태경·이용호 의원 등 여당 의원들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자 여권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야당의 프레임에 말리고 있다”며 불만이 나왔다. “동조할 게 아니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몰래 촬영을 한 기획 공작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아무리 총선이 급해도 비겁하게 선거 공학으로만 접근해서 되겠느냐”고 했다.

지난 19일 윤재옥 원내대표가 한 위원장을 찾아가 비공개 면담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20일에는 여당 내에서 ‘사과 불가론’이 나왔다. 이용 의원은 지난 20일 의원 단체 대화방에 “문재인과 이재명 모두 배우자 (의혹)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고 선거를 망치지도 않는데 왜 FL(First Lady·영부인으로 김 여사 지칭)에게 사과를 요구하나”라며 “사과를 하는 순간 민주당은 들개들처럼 물어 뜯을 것”이라고 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20일 유튜브 개인 방송을 통해 “국민의힘 영입 인재나 비대위원이나 의원들이 언론 질문에 낚여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서 재점화시키고 불씨가 다시 타오르게 했다”며 “김 여사는 사기 몰카 취재에 당한 피해자인데 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사과하라는 것이냐”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김 여사 사과를 반복 주장한 인사에 대해 당 차원의 조치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까지 논란이 됐지만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대통령실 일각에선 “명품 가방 대응 문제가 당정 갈등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선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위원장 취임 이후 부정확한 보도에 대해 ‘실시간 대응’했던 국민의힘 역시 해당 기사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21일 당사로 출근하지 않았지만 입장 표명 여부 등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국회로 출근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이 22일 오전 예정된 당 비상대책위원 회의, 인재영입 환영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여당 관계자는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이 커지는 것은 한 위원장도 바라는 바가 아닌 만큼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공천에 대해 출마자나 당원들의 우려가 없게 공정히 하겠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내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 여당 의원은 “용산 일부의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명품백 문제로 한 위원장을 쫓아 낼 경우 당은 회복불능 상태로 갈 것”이라며 “당정 관계나 여당 내부에 추가적 갈등이 터지기 전에 대통령실이 명품백 문제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정리해 밝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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