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의대생조차 “의사말고 사장님”…창업강좌 사람 몰린다

이호준 기자(lee.hojoon@mk.co.kr) 2024. 1. 2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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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살려 바이오벤처 창업할래요”
2021년 수강생 4명→2023년 74명
‘창업 산실’ 공대생 수강생은 급감해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사진 출처=연합뉴스]
“의대를 졸업했다고 무조건 의사가 돼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창업을 해 성공한다면 세상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느껴 이 강의를 수강하게 됐습니다.”

지난 2022년 1학기 서울대 의과대학에 개설된 ‘바이오창업자들을 위한 마인드 세팅과 법 개론’을 수강한 A씨(20)는 창업 강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변화하는 시대상을 언급했다. 해당 강의는 바이오창업자가 되고자 하는 수강생이 자신의 강점 분석과 다양한 창업가 사례를 통해 기업가적 성향을 발견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미래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분야와 방법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자 개설됐다.

서울대에 개설된 창업강좌를 수강하는 의대생 수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분야의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 상황, 창업에 대한 학생 인식 변화, 바이오를 비롯한 의학 활용 분야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 등이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매일경제가 서울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창업강좌를 수강한 서울대 의대생 수는 최근 2년새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2021년 1학기 개설된 창업강좌는 단 1명도 수강하지 않았지만 2학기 4명 수강을 시작으로, 2022년 25명에 이어 작년에는 74명이 창업강좌를 수강했다.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인공지능(AI) 기반 배아 선별 솔루션 스타트업 ‘카이헬스’를 창업한 이혜준 대표는 “융합형 인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의대생들이 의사로서 진료를 하는 것 외에 창업이라는 선택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서울대 의대 차원에서 매년 창업 경진대회를 여는 것은 물론, 동문이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획도 마련해 주고 있다”며 “MZ 세대들이 안정된 진료실에서 벗어나 모험을 하는 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의대생의 창업강좌 수강 열풍은 앞으로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창업강좌 수와 수강생 수가 늘어나고 있고 개설 단과대학도 다양해지는 등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 2018년만 해도 창업교과목은 10과목(전공 9과목·교양 1과목)에, 전체 수강생도 313명에 불과했다. 개설 단과대도 공과대와 경영대뿐이었다. 하지만 2019년 창업교과목은 26과목(전공 23과목·교양 3과목)으로 늘어났고, 수강생 수도 1009명으로 3배 이상 불어났다. 개설 단과대도 공과대와 경영대 이외에 의대, 경영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치의학대학원이 추가됐다.

2022년 기준 서울대에 개설된 창업교과목은 34과목(전공 32과목·교양 2과목)으로 늘었고, 개설 단과대에 수의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추가됐다.

서울대 관계자는 “창업교과목 운영을 통해 학생 창업가의 사업아이템이 본인 전공에만 국한되지 않고 융합연구 기반으로 고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생의 창업강좌 수강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과 반대로 대학 창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대생의 창업강좌 수강 열기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공대생의 창업강좌 수강은 2020년 338명에서 2021년 253명, 2022년 89명으로 급감했다. 다만 작년엔 187명으로 회복했지만 2020년에 비하면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치다.

국내 1호 여의사 출신 법관을 역임했던 유화진 변호사(서울대 의대 졸업)는 “정보기술(IT)과 융합된 바이오헬스 산업의 성장 같은 사회적 상황과 의료라는 전통적인 영역 외로 진출한 선배들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서 MZ 세대 의대생들은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다양한 진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사 창업은 바이오헬스 산업의 건전한 성장과 이를 통한 환자 건강 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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