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칼럼] 선택의 기로에 선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취임 한달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한다. 이미 대선주자 경쟁에서 선두를 다툴 정도로 정치인 한동훈의 출발은 성공적이다. 한계도 뚜렷하다. 바닥을 기는 당 지지율은 꿈쩍을 않는다. 개인의 인기가 당의 지지율로 녹아들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총선을 앞두고 한 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한 위원장이 인기를 누리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참신한 이미지와 '동료시민'으로 대변되는 차별화 된 언어, 셀카 세러머니, 발빠른 현안 대응, 지역 맞춤형 메시지는 그가 보여준 강점이다. 우선 정치 신인으로서 참신성을 100% 활용하고 있다. 그는 정치인이 입에 달고 사는 국민이라는 용어 대신 동료시민이라는 신조어로 친근감을 줬다. 한 지역 행사에선 모든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려 의자에 올라갔다. 셀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비대위 회의도 자유토론식으로 확 바뀌었다고 한다.
현안 대응도 빠르다. '노인 비하' 발언에 대해 즉시 해외에 있던 노인회장에 전화를 걸어 사과하고 귀국하자 직접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지역 정서를 파고드는 맞춤형 메시지를 냈다. 보수 텃밭 대구에선 '정치적 출생지', 승부처인 대전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전은요?"를 연상케하는 '역전 승리의 상징'을 부각했고 볼모지 광주에선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찬성'으로 지역정서에 다가섰다. 부산에선 '부산을 너무 사랑한다'며 1992가 새겨진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프로야구로 부산정서를 자극했다. 그의 행동양식은 기존 정치인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이런 차별화된 행보로 개인적 인기를 누린다. 보수 결집에는 일단 성공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중도층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정체되고 정부 견제론이 여전히 높은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 지지율은 30%대에 묶여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직결된다. 여당은 한동훈의 당이 아닌 윤 대통령의 당이라는 국민인식이 강해서다. 한동훈 개인의 인기와 당 지지율의 괴리가 생기는 이유다. 이를 깨지 않고는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고 총선 승리도 요원하다.
이제 한 위원장은 진짜 실력을 보여야 한다. 해법은 본인이 이미 다 얘기했다. 그는 "당은 내가 이끈다.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 동료시민에 봉사하겠다"고 했다. 이 세가지를 제대로 실천하면 된다. 물론 하나같이 난제들이다. 우선 당의 정체성 확립이다.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내야 한다. 대통령실로부터의 독립은 필요충분조건이다. 그간 국민의힘은 용산만 바라보는 무기력한 여당이었다. 당이 용산 출장소라는 비아냥은 수직적 당정관계를 함축한다. 이를 극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당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용산을 향해 할말은 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귀결될 수 있다. 위험 부담이 큰 모험이지만 수평적 당정관계를 위해선 피할 수 없다. 야당이 총선용으로 사활을 건 김건희 특검이 첫 시험대다. 야당이 아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가 관건이다. 한 위원장이 "명품백 의혹은 국민 눈높이서 봐야한다"며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은 나름의 해법을 찾기 위한 고육책이었지만 대통령실이 발끈했다. 한 위원장의 대응에 불만이 있었던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 위원장의 사퇴 거부로 갈등은 일단 잠복되는 분위기다. 기로에 선 한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둘째는 이기는 공천이다.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공천혁명은 필수다. 핵심은 친윤 핵심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않는 중진의 물갈이다. 권력 측근의 헌신과 혁신적인 공천은 역대 총선 승리의 키워드였다. 예외가 없었다.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위험부담이 크다. '제3지대 빅텐트'가 가시화하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다. 자칫 대규모 물갈이가 이들의 급격한 세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천혁명을 이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정책은 동료시민에게 봉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서민 중산층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민생을 강조하지만 아직까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립서비스로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총선 승리는 한 위원장이 이 세 가지 난제를 풀어내느냐에 달렸다. 키워드는 국민감동이다.
부국장 겸 정치졍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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