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號` 나아갈 수 있을까… 또다시 기로에 선 삼성

박은희 2024. 1. 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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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1심 선고 앞둔 이재용
긴장감 최고조… "경영집중 기회줘야"
판결 결과따라 그룹경영 크게 갈릴듯
李 "합병 관련해 개인이익 생각 안해"

3년 넘게 이어져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1심 선고가 이번주 나올 예정인 가운데, 삼성은 물론 재계도 숨 죽이고 있다. 3년 반 전 검찰 기소에 대응해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을 내놓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의 경영 시계가 계속 돌아갈지, 아니면 경영을 위축시키는 사법 리스크가 지속될지가 판가름이 난다. 숨 죽이고 있지만 삼성 내부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여부,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시점 등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이 회장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과 함께 2020년 9월 기소된 지 3년 4개월여 만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3년 넘게 이어진 공판 기간동안 충분히 변론한 만큼, 이제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 하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부정·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법상 거짓 공시 및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 참모 조직인 미전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삼성물산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공소내용이다.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들을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을 지시 또는 공모자로 지목했다.

앞서 이 회장은 2017년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고 수감됐으나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복권됐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진행 중에 부당 합병 의혹 사건으로 별도 기소되면서 경영활동에 복귀 한 이후에도 지난해 11월까지 1∼2주에 한번 꼴로 법원에 출석하며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을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하고,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합병과 관련해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고,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 없다"며 "부디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기술 경쟁 등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사법 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2년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며 '경영 족쇄'가 풀린 이 회장이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또다시 경영 활동에 큰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두 차례에 걸쳐 총 565일간 옥고를 치르는 등 이미 햇수로 8년째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실제로 글로벌 주요 기업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뛰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2017년 9조원을 들여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6년간 이렇다 할 대형 인수·합병(M&A)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오는 31일부터 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본판매에 돌입하고, 같은 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올해 반도체 투자 등 전략 방향과 감산 종료 시점 등에 대한 입장 표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애플과 인텔에 스마트폰과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뺏긴 만큼, 올해 다시 정상 자리에 복귀할 복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만약 이 회장이 다시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게 될 경우,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경영진이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재계 관계자는 "선고 이후에도 양측의 항소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한동안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겠지만, 법원이 무죄 선고를 내릴 경우 이 회장의 경영 활동 제약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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