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가야 하는데 만년과장 되면 어쩌죠 [인구 Up, 다시 플러스로]

홍예지 2024. 1. 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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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정착한 대기업·공기업 외에
기업 45%는 승진때 쉰기간 제외
동료 눈치·평점 불이익도 걸림돌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인해 기업들의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만큼 승진이 늦어진다는 기업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표본사업장 503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소요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업체는 45.6%다. 육아휴직 기간 전체를 승진소요 기간에 넣는 사업체는 30.7%로 10곳 중 3곳 정도에 불과했다.

파이낸셜뉴스가 21일 만난 30대 청년들은 저출산 해결에 육아휴직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성 육아휴직의 장점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었다. 다만 현행 제도하에서는 육아휴직 때 대체근무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사업장 인센티브 확대 등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또 육아기를 공감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서 일하는 최용은씨는 직장 내 1호 남성 육아휴직자가 됐다. 최씨는 "여자의 육아휴직은 자연스러운데 남자는 우리 회사에서 전에 6개월이 있었고, 1년은 내가 첫 케이스"라며 "아내가 다니는 10인 이하 사업장은 현실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가 없고, 부모님이 멀리 계셔서 봐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애는 봐야 해서 제가 용기를 내서 큰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굳이 네가 해야 하나' 이런 질문들이 많지만, 내가 먼저 총대를 메고 하면 뒤에 사람들이 눈치를 덜 보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육아휴직 시 대체자를 구하기 힘든 부분은 마음이 좋지 않다. 최씨는 "내가 쓰는 게 처음인데, 아직 대체자가 없다. 그게 마음이 걸린다"며 "제가 휴직을 들어가는 동안 대체업무 분장을 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건 회사 사정이고, 팀원이 제 업무를 나눠서 해야 하는데 미안함이 생긴다"고 전했다.

곧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 서울 직장인 이광배씨는 "다자녀로 갈수록 아빠의 육아 참여가 필요하다"며 "하나일 때 주변의 도움이 있으면 어떻게든 키우지만, 두 셋이면 여성 경력단절도 막아야 하고 아빠 육아휴직 확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 사회가 분위기가 조성되면 똘똘 뭉치는 게 있다"며 "남성 육아휴직도 긍정적 요소를 많이 비추고 해당 조직을 칭찬하면 어느 순간 안 하면 안 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잘 만들어지는 게 우리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 얘기를 많이 하면 어떤 조직이든 그것을 안 하면 뒤떨어진 조직이고, 사회적 분위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따르게 된다"며 "그런 방향으로 가면 충분히 남성 육아휴직도 대중화될 수 있고 당연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육아휴직에 강제성을 띠도록 하자는 말이 나오는 건 여전히 대기업·공무원 외 대다수 사업장에서는 육휴 이후 승진누락 등 불이익이 많아서다. 광주광역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30대 임경민씨는 "공공기관은 눈치 안 보고 쓰는 단계까지 왔다"면서도 "근무평점이라든지, 남아 있는 사람 고생한다는 조직 내 분위기는 남아 있는 게 있다"고 전했다. 올해 결혼한 임씨는 출산까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는 "승진에 불이익이 되는데, 가족을 선택하면 어쩔 수 없이 회사에 일을 더 잘하고 싶고 기여하고 싶어도 이런 구조가 돼버리니까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아빠들의 육아휴직은 가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임씨는 "직장 내 육휴를 다녀오신 분들이 하시는 얘기가 보통 육아휴직을 안 쓰면 엄마를 찾는데, 육휴를 쓰니까 아빠를 종종 찾는 게 큰 이점"이라며 "여성들만 하다 보면 육아 난이도가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이 안 되고 자기가 근무하고 와서 스트레스만 집에서 해소하길 원하는 게 있는데, 육휴를 경험해 보면 이해도 높아지고 부부 관계도 더 좋아진다고 한다"고 전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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