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자 양산, 기업 도산" 준비부족 중처법에 산업계 '초비상'
별도 안전관리자 둘 수 없어 대표가 사고시 처벌받아
‘사업주=대표’ 중소기업 대표 처벌시 곧 폐업
중처법 규정 방대 모호...지난 2년 코로나 대응에 전력
[이데일리 노희준 김기덕 기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2년 유예를 촉구하는 성명도 수차례 발표했다. 야당의 요구대로 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해주면 추가 연장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공은 이미 국회로 넘어갔는데 답답할 뿐이다.”(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
근로자가 중대재해로 숨지거나 다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기업계가 초비상이 걸렸다. 실질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를 시행할 경우 대다수의 중소기업에서 범법자 양산과 기업 도산 등의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한 중처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오는 27일부터 시행예정이었다. 다만 중소기업계는 준비가 부족하다며 추가 유예를 호소하자 여당을 중심으로 법 확대 적용 시점을 추가로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여야는 그러나 개정안 통과를 위한 3대 조건을 둘러싸고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중처법 시행 유예를 위해 그동안 미흡했던 준비 과정에 대한 정부 공식 사과, 향후 2년 간 구체적인 지원 방안 수립, 2년 후 시행 약속 등 3대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를 감안한 정부와 여당은 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를 위해 올해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민주당은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예정대로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처법을 적용한다.
83만개 중소기업 폐업 위기 몰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산업계가 중처법 적용 유예를 촉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준비 부족이다. 중처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조치 의무를 다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해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등을 처벌한다. 문제는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사업장 대다수는 만성적인 인력난과 재정난, 정보 부족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아닌 ‘별도의 안전관리자’를 둘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대다수 중소기업은 중대재해가 터지면 사업주가 책임을 지고 구속 등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 사업주가 대표인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회사가 문을 닫게 되는 셈이다.
중처법이 규정한 사업주 등이 취해야 할 의무 조치가 방대하고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처법은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발생으로 중처법을 준비할 여력이 없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중소기업 B사 대표는 “지난 2년은 중처법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를 대응하는 게 급선무였다”며 “기업부터 살리는 게 우선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실제 지난해 8월 중기중앙회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 892개사를 대상으로 ‘50인 미만 중처법 대응 실태 및 사례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50인 미만 중소기업 80.0%는 ‘중처법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중처법에 대한 준비부족 이유로 응답자 세 명 중 1명(35.4%)은 ‘전문인력 부족’을 꼽았다. 또한 ‘예산 부족’(27.4%)과 ‘의무 이해가 어렵다’(22.8%)는 응답도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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