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물량 폭증 … 택배사 '씁쓸한 好실적'

안재광 2024. 1. 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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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리포트
대한통운, 4분기 영업익 19%↑
中쇼핑앱 확산에 택배 수요 급증
쿠팡이 회수한 물량 상쇄 효과
올해 5000만박스 증가 전망
일각선 '독이 든 성배'란 지적

CJ대한통운의 택배 처리량은 2021년 사상 최대였다. 온라인 쇼핑이 급팽창하면서 2019년 13억 개에서 2년 만에 17억5600만여 개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리란 전망이 나왔지만 2022년 처리량이 1억 개 이상 감소했다. 온라인 시장이 계속 커졌는데도 물량은 줄어든 기현상이 나타났다.

쿠팡 때문이었다. 쿠팡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택배회사에 위탁한 물량을 대부분 ‘로켓배송’으로 자체 소화했고, 입점한 판매사 물량까지 대신 처리한 영향이 컸다. 택배사들이 지마켓, 11번가, 티몬 등에서 나오는 주문만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엔 감소세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또 반전이 일어났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쇼핑 앱이 한국 시장을 대대적으로 공략하면서 대규모 택배 신규 수요가 생긴 것이다.

 4분기 택배 물량 상승 반전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사들은 작년 4분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 증권사들이 추산하는 CJ대한통운의 4분기 영업이익 평균치는 약 133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9% 증가한 것이다. 연간 영업이익도 2022년 4120억원에서 2023년 4600억원 안팎으로 480억원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의 영업이익 또한 4분기 20% 가까이 늘어난 2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영업이익은 약 1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늘었다.

실적 호조는 택배사업이 선방한 결과로 평가된다. 두 회사는 택배 외에 기업들의 대규모 화물 처리, 부두 운영 등 계약 물류(CL) 사업도 하고 있다. 택배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50%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이익 증가는 대부분 택배에서 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 물량이 작년 2~3분기 6%대의 비교적 큰 감소율을 보이다가 4분기에 2% 안팎 증가하며 반전을 이뤘다. 알리익스프레스 덕분이다. CJ대한통운은 알리의 한국 내 택배 물량 대부분을 처리하고 있다. 알리는 지난해에만 약 3000만 박스의 택배 물량을 CJ대한통운에 몰아준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5000만 박스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테무와 계약을 맺고 있는 한진도 사정이 비슷하다. 한진은 올초부터 대전에 초대형 물류센터를 세워 가동에 들어갔다. 이곳의 일감을 채우기 위해선 테무 등의 주문 증가가 절실하다. 한진은 테무뿐 아니라 다이소 온라인 물량도 일부 처리하면서 시장을 확장 중이다.

 알리, 韓 물류시장 직진출 가능성도

압도적인 가성비를 내세운 알리, 테무의 국내 e커머스 시장 공세는 위협적이다. 작년 7월 처음으로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테무는 반년 만인 12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328만 명을 기록했다. 아직 쿠팡(2759만 명)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티몬(321만 명)을 추월했고, 11번가(744만 명)와 지마켓(489만 명)을 맹추격하고 있다. 알리의 MAU는 496만 명으로 쿠팡, 11번가 다음가는 쇼핑몰로 성장했다.

중국 쇼핑 앱은 옷, 신발, 생활용품 등을 생산하는 자국 내 공장 및 제조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에 물건을 수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의 약점은 배송이다. 최소 사흘, 길면 2~3주가 걸린다. 한국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중국 물류센터에서 인천국제공항, 혹은 평택항으로 물건을 보내고 통관까지 끝내야 택배사들이 배송에 나설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 물류센터를 직접 짓고 잘 팔리는 물건을 쌓아둔 뒤 바로 처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국내 택배사는 알리, 테무의 물류센터 운영 대행과 배송을 ‘원스톱’으로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 테무가 쿠팡처럼 물류센터를 전국에 대량으로 짓는다면 로켓배송과 비슷한 서비스도 가능하다”며 “알리, 테무의 급성장에 따른 물량 폭증이 택배사엔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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