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는 최다 톱10…국내 제패하고 LPGA 갈게요"

조수영 2024. 1. 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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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 루키' 방신실 인터뷰
작년 풀시드 없이 데뷔했지만 2승
300야드 장타로 '방신실 신드롬'
대상·상금왕 아닌 꾸준함 목표
김민별은 다 잘하는 '올라운더'
황유민, 비거리 길고 배짱 좋아
내 장점은 전략적인 코스운영


“어린 시절부터 매일 감사일기를 써요. 다섯 줄 정도 그날그날의 감사한 일을 쓰다 보면 치열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라앉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거든요. 작년에는 거의 매일 다섯 줄을 넘길 정도로 감사한 일이 많았습니다.”

방신실(20)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구원투수’로 꼽힌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스타의 기근으로 흥행에 대한 위기감이 퍼져 있던 때에 ‘방신실 신드롬’을 일으키며 투어 전체의 인기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173㎝의 큰 키로 뿜어내는 최고 300야드 초장타에 정교하고 전략적인 쇼트게임까지 갖춘 ‘슈퍼루키’는 조건부 시드권자로 작년 5월 E1채리티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2승을 기록하며 톱랭커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방신실은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시즌 초 목표로 삼은 2승을 거둔 최고의 시즌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조건부 시드권자’의 반란

방신실은 꿈나무 시절부터 ‘될성부른 나무’로 꼽혔다. 그는 “여덟 살에 처음 필드에 나갔는데 공을 잘 띄워서 부모님이 ‘신동인 것 같다’며 선수의 길을 추천해주셨다”고 말했다. 고교 3년 내내 국가대표를 지낸 에이스였지만 정작 정규투어 시드전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갑상샘 항진증으로 체중이 10㎏ 빠지고 호흡이 달렸던 탓이다. 시드전 성적 40위, 조건부 시드. 그는 “참가 대회 수가 적어서 신인왕을 포기해야 하는 게 아쉽긴 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많은 우승을 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정규투어 첫 무대에서 방신실은 곧바로 존재감을 알렸다. 메이저대회 KLPGA챔피언십에서 300야드를 넘나드는 초장타로 내내 우승 경쟁을 펼쳤다. 첫 출전에서 공동 4위를 거둔 그는 다섯 번째 출전대회인 5월 E1채리티오픈에서 우승하며 슈퍼스타로 발돋움했다. 여름 시즌, 체력 문제로 난조를 겪긴 했지만 10월 다시 한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장타로 이름을 날리는 방신실이지만 사실 가장 좋아하는 클럽은 퍼터다. 가장 자신있는 샷도 100m 안쪽에서 웨지로 구사하는 컨트롤샷. 그는 “퍼팅을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어릴 때부터 퍼터 연습을 제일 좋아했다. 홀 안으로 공이 ‘땡그랑’ 하고 들어가면 연습의 고단함을 한번에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시즌 목표는 ‘최다 톱10’

지난 시즌 골프팬들을 즐겁게 한 사건 중 하나가 ‘루키 3인방’의 경쟁이었다. 2승을 거둔 방신실과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신인왕을 따낸 김민별(20), 1승과 저돌적인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긴 황유민(21)은 각자의 개성으로 KLPGA투어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방신실은 “민별이는 비거리와 퍼팅, 샷을 골고루 잘하는 선수이고 유민 언니는 ‘돌격대장’이라는 별명답게 공격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도전정신이 대단하다”며 “저는 코스에서 전략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루키답지 않은 노련한 코스 매니지먼트는 첫승을 거둔 E1채리티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빛을 발했다. 단독 선두로 나선 최종라운드, 방신실은 티샷에서 내내 드라이버 대신 우드를 잡았다. 우드를 잡은 탓에 1, 2라운드에서 평균 250야드를 날렸던 티샷이 최종라운드에서는 240야드로 떨어졌지만 단 한 개 홀을 제외하고 모두 페어웨이를 지키며 우승을 위한 교두보를 만들었다.

방신실의 새 시즌 목표는 ‘꾸준함’이다. 화려했던 지난 시즌, 7개 대회에서 커트탈락하며 다소 기복을 보인 점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방신실은 “상금왕, 대상, 다승 모두 욕심나지만 가장 큰 목표는 ‘톱10 최다 선수’”라며 “동계훈련 동안 체력훈련을 강화해 시즌 중 체력의 기복 없이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미국 진출에 대한 꿈도 키우고 있다. “어릴 때부터 늘 LPGA투어 진출을 꿈꿔왔고 지금도 하루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기본기를 더 탄탄히 다져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국내투어에서 탄탄한 기본기와 노하우를 다지면서 기회가 되면 꼭 세계 무대에 도전하려 합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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