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간편식도 식재료 선별 까다롭게… 대중 입맛 사로잡는 비결이죠"

박은희 2024. 1.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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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경력의 요리연구가' 최주영 셰프
그림 그리다 결혼후 요리 독학… 마켓컬리 간편식 20여종 출시
평창올림픽때 외국기자단 묵은 호텔 총괄셰프 경험 큰보람
'겸사겸사키친 몰' 오픈 예정… 그릇·소품 등도 개발하고파
30년 경력의 요리연구가 최주영 셰프. 겸사겸사키친 제공
30년 경력의 요리연구가 최주영 셰프. 겸사겸사키친 제공

"기본적으로 재료가 좋으면 맛있어요. 가급적 국산의 좋은 재료를 사용해 높은 품질의 음식을 만들려고 합니다."

30년 경력의 요리연구가인 최주영(60·사진) 셰프는 2018년부터 '아날로그온' 이사로 재직하며 후배 셰프 2명과 함께 마켓컬리 간편식 20여종을 출시했다. '랏츠오브러브'(LOTS OF LOVE) 볶음밥 3종으로 시작해 차츰차츰 메뉴를 늘려왔다. '차돌듬뿍 묵은지 볶음밥'은 출시 이후 꾸준히 컬리 내 냉동볶음밥류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2019년에는 좋은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간편식 콘셉트를 동일하게 적용해 비건 간편식 브랜드 '랏츠오브그린'(LOTS OF GREEN)을 내놓았다. 첫 비건 간편식인 '콩으로, 라구소스'는 컬리 내 비건 소스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 셰프는 아날로그온이 컬리의 PB(자체브랜드)화돼 주로 볶음밥·소스류를 개발하다 보니 자신만의 색깔을 펼쳐보이고 싶어 지난해 건강식 브랜드 '겸사겸사키친'을 론칭했다.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 '1유로 프로젝트' 공간에 입점해 제자들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21일 서울 성동구 송정동 겸사겸사키친에서 만난 최 셰프는 "로컬 식재료를 발굴하고 개발해 맛과 품질의 차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여러 군데 좋은 재료들을 많이 선별해뒀다"고 새 사업을 소개했다. 제주도 귤 100%로 만든 귤감초와 진도에서 공수한 재료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맛간장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준비한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1유로 프로젝트는 유럽에서 시작된 도시재생이다. 인구 감소로 방치된 집이나 건물을 정부가 민간에 1유로(약 1450원)에 빌려주고, 민간은 건물을 자비로 개발해 수익을 갖는 프로젝트다. 정부 자금 없이 건물뿐 아니라 주변까지 개발할 수 있어 성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꼽힌다.

최 셰프는 중앙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몇년동안 전시 등 작품활동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건 쉽지 않았다. 그림 외에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결정한 것이 요리였다. 처음엔 외국 잡지를 찾아보며 직접 요리를 해보기도 하면서 독학을 했다. 남편 도시락을 싸주다 입소문이 퍼져 칼럼 의뢰까지 들어왔고, 요리 강사를 하던 중 잡지에 데뷔했다. 미술을 전공한 덕에 스타일링을 배우지 않아도 색깔 맞춤이나 접시 놓는 구도 등이 눈에 띄게 세련돼 많은 잡지에서 그를 찾았다.

4년간 프리랜서 요리연구가로 활동하다 1998년 여섯 살이었던 아이를 데리고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하면서 독학할 때 막연했던 것들이 구체화됐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케이터링 회사인 트러스트쉐프를 설립해 3년간 운영했다. 이후 잠시 사업을 접고 메뉴개발자이자 컨설턴트로 업을 이어왔다.

그동안 '쿠킹 스타트북', '사랑 가득한 반찬 Cafe' 등 20여 권의 요리책을 출간한 최 셰프는 지난 2021년 요리 인생에서 발견한 맛과 레시피를 에피소드와 함께 총정리한 에세이 스타일의 책 '느긋하게, 밥안주'를 펴냈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한번 정리하는 책을 내고 싶었는데 마침 오랜 인연의 출판사 대표가 제안해 공들여 준비했다"며 "글뿐만 아니라 사진을 위해 여러 장소를 다니며 정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재료가 너무 많거나 설명이 다섯 줄 이상이면 요리에 적용하기 불편해 최대한 적은 재료로 간단한 레시피를 제공하려고 해요. 첫 책은 하나도 틀리지 않은 레시피를 담으려고 몇 번씩 다시 만들어보고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어요. 그런데 계량이 굉장히 중요한 대기업과 일을 하면서 계량은 버릇처럼 됐고, 사람들이 안 헷갈리게 만드는 레시피가 좋다고 깨달았어요."

최 셰프는 일하면서 느낀 보람 중 하나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외국 기자단과 엔지니어들이 묵은 호텔의 총괄 셰프를 한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30명가량의 셰프들을 통솔하며 70일동안 호텔에 갇혀 있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며 "미국 NBC 방송에서 1년 후 투표를 진행했는데 제가 일했던 호텔에 최고 점수를 줬고, 그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메일도 받았다"고 전했다.

최 셰프는 현재 10~2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제자들과 같이 일하고 있다. 그의 어떤 리더십이 제자들을 이끈 걸까? 최 셰프는 "사람을 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돈을 많이 주는 것, 또 하나는 사랑을 많이 주는 것"이라며 "어려운 시절 저는 돈이 없어서 제자들에게 사랑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입덧할 때 편의를 봐주고, 친정엄마처럼 먹을 걸 챙겨줬더니 그의 주위에는 많은 제자와 직원들이 남아 있다. 육아로 일하기 어려운 제자에게는 손을 놓지 말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나와서 4시간이라도 일하고 가라고 경력단절을 막아주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최 셰프는 "아날로그온은 간편식 종류를 조금 더 늘릴 계획이 있고, 겸사겸사키친은 올 봄에 몰을 오픈해 좋은 식재료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레스토랑이나 카페 컨설팅 역시 계속해서 열심히 할 것"이라며 "회사가 안정되면 그릇·소품 등도 개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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