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메타어스] 평등이 가득 찬 곳 지속가능한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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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올랐다고 가정하자.
누구 책임이 클까? 지구의 평균 기온은 온실가스 누적배출량과 비례관계에 있다.
'지속가능'(SSP1), '중도'(SSP2), '지역대립'(SSP3), '불평등'(SSP4), '화석연료의존'(SSP5), 다섯가지의 '공통사회경제 경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고, 제6차 기후변화 보고서부터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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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올랐다고 가정하자. 누구 책임이 클까? 지구의 평균 기온은 온실가스 누적배출량과 비례관계에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기후변화보고서를 보면 소득 상위 10% 집단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총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하위 50%는 배출량이 15%도 되지 않았다. 세계 인구 중 덜 부유한 절반은 고작 0.15도 상승만 책임을 지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의 측면에서는 어떨까?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부를 쌓아온 국가와 집단은 더 빈번하고 강해지는 자연재해에 견고한 대비책을 마련한다. 반면 기후변화에 책임이 적은 저개발국이나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은 재해, 환경, 보건, 식량 등 생존과 직결된 많은 면에서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기후위기는 수혜자와 피해자가 꽤 명확한 문제이다. ‘형평성’이라는 렌즈를 들고,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개연성이 높은 복수의 미래 경로를 서술하는 ‘시나리오 기법’은 대표적인 미래연구 방법론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공통사회경제 경로’(SSP)가 있다. 지구대기의 에너지 흡수량으로 표현되는 기후변화의 미래경로가 사회 및 경제적 환경과 어떻게 결부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인구, 경제, 교육, 기술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과의 관계를 구조화했다. ‘지속가능’(SSP1), ‘중도’(SSP2), ‘지역대립’(SSP3), ‘불평등’(SSP4), ‘화석연료의존’(SSP5), 다섯가지의 ‘공통사회경제 경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고, 제6차 기후변화 보고서부터 도입되었다.
에스에스피4는 불평등한 미래를 묘사한다. 인적, 경제적, 정치적 기회 및 권력의 격차가 커져 국가 간 및 국내의 불평등과 계층화가 강화된다. 노동집약적인 사회와 지식-자본 집약적인 사회의 격차가 벌어지고 사회적 갈등과 불안은 고조된다. 첨단 기술 경제는 발전하고 다국적 에너지 산업은 화석연료와 저탄소 에너지원을 함께 개발한다. 환경 정책은 중산층 및 고소득 지역에 중점을 두는 격차 사회가 될 것이다. 에스에스피 논의가 20여년 전부터 이뤄졌던 것을 생각하면, 20세기 후반 대두한 신자유주의와 함께 화석연료의존 경로(SSP5)를 따라왔던 인류가 기후위기의 가속과 팬데믹의 더블 펀치에 휘청이며 불평등 경로로 몰려나가는 지금의 형국을 이미 “예언”했던 듯하다.
이미 늦어버린 것인가?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본다. 다소 늦었지만 많은 부분에서의 노력이 실효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상을 움직이기 위한 국제 및 경제적 장치들이 이미 작동하고 있거나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2015년 설립된 기후변화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는 이미 4000여 곳이 넘는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이에스지’(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 공시 기준이 2023년 확정됐다. 같은 해, 제28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조처를 평가하는 지구적 이행 점검이 처음 실시되었다.
에스에스피1은 탄소중립 시나리오다. ‘그린 로드(green road)’라고도 불린다. 지구 환경의 한계를 잘 살피고 포용적인 발전을 강조한다. 경제성장보다는 인류복지에 초점을 맞추는 시나리오로, 국가 간 및 국내 불평등이 줄어드는 평등지향 사회를 추구한다. 지난해 지구는 산업화 이전 대비 1.48도 높아 기록상 가장 더웠다고 한다. 바쁜 걸음을 재촉해야만 하는 현실이지만 조급해 말고 꾸준히 전진해야 한다. 아직은 폭주하는 기관차를 멈춰 세우고 평등이 가득 찬 “예언”으로 갈아탈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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