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가 정보공개를 못 하는 이유

한겨레 2024. 1. 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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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세상읽기]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지난해 10월 법원은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 공개 판결을 내렸다. 지난 11일에는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 등 집행 내역과 수의계약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뉴스타파는 애초 대통령비서실에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를 제기했다.

이 정부에서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를 거부해 소송으로 다투는 일은 대통령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 등의 정보공개를 요구한 소송은 대법원까지 올라가 정보공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지만 검찰은 업무추진비 카드 전표를 공개하며 상호와 사용 시각을 가리는 등 판결문 취지를 위반해 논란이 되었다. 법무부도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 등의 공개 요구를 거부한 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정보공개 여부를 다시 결정하라고 하자 카드 번호, 음식점 상호 등을 가리고 공개하는 바람에 역시 소송으로 다투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피의자의 신상을 비공개하기로 하면서 ‘비공개 결정의 이유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올해는 ‘민주 헌법’을 채택하고 37년이 되는 해다. 한국은 나름 세계가 알아주는 민주주의 국가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공적 결정을 비공개하는 이유조차 공개할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정부기관의 납득하기 어려운 정보 비공개 결정, 소송을 통한 다툼, 법원의 정보공개 판결들이 이어지면서, ‘결국 공개해야 할 정보들을 왜 비공개했는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이 정부의 정보 비공개 행태의 주요한 원인은 ‘공적 정보의 생산·관리·유통에 대한 무능’이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사건들은 공개할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국정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특정 개인이나 사건을 넘어서 이 정부 전체를 아우르는 설명이 필요하다.

정부가 행한 일의 과정과 결과를 공개하려면, 먼저 법과 제도에 따른 일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 법률에는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만이 아니라 직업 공무원까지 따라야 하는 절차 규범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정부 사람들은 제도와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방법 자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그저 상황에 따라 입맛대로 일 처리를 했기 때문에, 사후에 정보를 공개하려고 보면 위법 사항이 발견되거나 아예 공개할 정보가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단순한 정보 관리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우선, 대통령을 포함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직자들이 제도에 따른 공적 일 처리에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주어진 한계 내에서 권한을 사용하면서 입법·사법·행정부가 각기 고유한 기능에 충실하도록 제도와 절차를 만들어놓았다. 정부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상호 견제를 통해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고안된 시스템은, 그 자체로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운영하려면, 집권하기 전 일정한 훈련이 필수적이다.

물론 역대 모든 대통령이 충분히 훈련받은 뒤 대통령이 된 건 아니다. 당선 이후 대통령들은 소속 정당 정치인과 직업 관료,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법과 제도에 따른 정부 운영을 해나갔다. 1700개가 넘는 법률을 준수하면서 수십만명에 이르는 직업 공무원을 통제하는 일에는 전문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 대통령은 대통령실 운영을 보건대 스스로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적 일 처리를 하는 데 훈련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59분 대통령’(회의 때 1시간 중 59분을 혼자 이야기한다는 의미)이라는 별칭이 드러내듯, 다른 이들의 도움을 얻는 일에도 익숙하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이 임명한 여러 정무직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이 정부가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민주 정부를 운영할 능력을 갖춘 대통령은 집권 이전에 법규범에 기본적인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고, 집권 후에는 집권당과 직업 공무원,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을 능력이 있어야 하며, 시민들 목소리에 반응할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이 없는 대통령은 언제든 지금과 같은 정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시민들이 이런 대통령 후보를 걸러내지 못한다면 이런 무능한 정부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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