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등급’ 기관도 재난대응 엉망… 평가체계 뜯어고친다 [재난안전 대한민국(6)]

김태경 2024. 1. 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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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2024재난관리평가’ 시동
‘대응·수습 역량’ 평가비중 늘리고
재난관리평가단장은 대국민 공모
타 분야 전문가·국민 의견도 더해
지자체 현실 반영·객관성은 숙제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앞쪽 왼쪽 세번째)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기 중앙재난관리평가단 위촉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책임기관은 총 333개 기관이다. 재난방지시설의 점검·관리 등 재난예방조치 및 재난발생·우려 시 응급조치 등을 수행한다. 행정안전부는 중앙행정기관·지자체·공공기관 등 재난관리책임기관을 대상으로 22일부터 '2024년 재난관리평가'를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재난관리평가는 각 기관의 재난안전관리 책임과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재난안전관리 실태를 평가지표에 따라 평가하고 결과를 환류하는 제도로 매년 실시하고 있다.

재난관리평가는 지난 2005년 도입 이후 대상 확대, 지표 강화 등을 통해 지속 개선·운영해왔다. 그러나 지난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기관이 실제 재난 대응 시 미흡하게 대처하는 사례가 나타나 평가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행안부는 이번 평가에서 기존의 '실적' 중심 체계를 '실적과 역량' 중심으로 전환해 역량평가 비중을 높인다. 기관의 실질적 대응·수습 역량 평가를 위해 역량평가 대상을 확대하고, 상황판단·의사결정 등에 대한 역량 측정을 통해 형식적 평가를 탈피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이번 '중앙재난관리평가단' 구성에 기존의 재난안전 전문가 외에 타 분야 전문가와 민간을 포함하는 등 평가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평가체계는 개인·조직·역량·성과 등의 평가는 물론 기후위기, 디지털 재난대응 등 종합적 평가를 실시한다.

■평가 결과 타당성 공정성 제고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평가가 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정책이나 사업을 대상으로 한 평가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외 국가들의 경우 자체평가 중심이지만 우리나라 재난관리평가는 대부분 하향식 강제평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평가추진체계 정비 등 평가결과의 타당성과 공정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방재직렬 등 재난안전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부족한 기초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경우는 소수 인력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재난안전분야 평가 지표에 부응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평가지표가 정책현장과 괴리될 때 평가결과에 대한 수용성은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피평가기관의 업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도 향후 평가기준과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책 추동력을 확보하고 국정성과 창출을 유도하는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재난안전분야 평가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분석을 통해 개별평가의 타당성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시에 다양한 재난안전평가의 체계성을 보완하는 방안도 시급히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재난안전 분야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개선책도 요구된다. 사업의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나거나 파악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즉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의 성과를 평가할 때 관련된 재난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를 예방활동에 따른 성과인지 다른 외부요인에 의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평가지표가 정책현장과 부합하지 못하는 문제도 많이 거론되고 있다.

또 행안부 주관의 평가와 타 부처 주관의 평가제도의 유사성, 업무 중복의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재난사고나 사건이 발생한 분야 및 기관에 대한 평가와 점검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반면, 그렇지 못한 분야나 영역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평가단 운용 객관성 담보하나

이에 따라 행안부는 재난관리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대국민 공모를 통해 '중앙재난관리평가단장'을 모집·선정한 데 이어 중앙재난관리평가단에도 민간으로 구성된 '국민 평가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평가단장에는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이 최종 선정됐다. 조 신임 단장은 중앙부처 및 읍면동 안전협의체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중앙·지방 재난안전 역량 제고를 위해 힘써 왔다는 평가다.

행안부는 재난관리평가 제도 도입 이래 처음으로 중앙재난관리평가단장을 공모로 선발하고, 민간이 직접 참여하는 중앙재난관리평가단을 운영하는 만큼 더욱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평가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민 평가단'은 중앙재난관리평가단 전문가와 함께 재난관리평가에 직접 참여해 기관의 재난안전관리 실태를 국민의 시각에서 평가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임 단장을 포함한 '제4기 중앙재난관리평가위원'을 위촉했다.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정부는 이번 재난관리평가 체계 개편을 통해 국가 재난안전관리 역량과 재난관리책임기관의 현장 작동성을 강화해 재난으로부터 국민 피해를 최소화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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