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3′ 데스매치 패한 진혜언·지나유, 음원차트는 선착

최보윤 기자 2024. 1. 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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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혜언 (좌) 지나유 (우) /TV조선 '미스트롯3'

‘세상에 다친 맘 낫는 약이 없을까/고단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구나/어릴적 어미품 배를 어루만지시던/약보다 따뜻한 그 손길이 생각난다/나아라 나아라 울아가 울지마라/나아라 나아라 세상에 지지마라/엄마손은 약손 울아가 배는 똥배/…’(전영랑의 ‘약손’ 가사 중)

경연에선 어쩌면 이별해야 할 지 모르지만, 그들의 노래까지 떠나보낸 건 아니었다. 오히려 패자(敗者)인 그의 노래를 지켜준 건 시청자들이었다. 지난 18일 방송된 ‘미스트롯3′ 3라운드 1대1 데스매치에서 진혜언이 부른 ‘약손’이 음원 공개와 함께 온라인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67위로 첫 진입했다.

임영웅·영탁·이찬원·김호중 등 ‘미스터트롯1′ 스타들의 당시 경연곡 등이 멜론 트로트 장르 상위권을 몇 년 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진혜언의 ‘약손’은 20일 기준 ‘미스트롯3′ 참가자 음원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3살때 소아암을 앓았다는 진혜언은 그때 그를 지켜준 엄마의 손길처럼 따뜻한 봄꽃같은 목소리로 지난한 세월이 만들어낸 노독(路毒)을 씻어내렸다. 격정적으로 들끓진 않았지만 그의 곡조엔 손으로 전해지는 듯한 체온이 담겨있었다.

그 다음은 지나유가 부른 ‘이 사람을 지켜주세요’가 차지했다. 멜론 차트 트로트 부문 69위다. 가을을 덧칠한 듯한 지나유의 짙은 목소리가 그의 신산했던 삶과 어우러져 가슴에 메아리쳤다. 어둑어둑한 늦겨울 스산한 골목 끝자락에서 만난 한 줄기 빛같은 노래다.

멜론 차트 트로트 장르 1월 20일 /멜론 차트 캡쳐

멜론 차트 기준 가장 높은 위치지만, 두 가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상대에게 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8 ‘전주대사습놀이’ 장원출신 국악 영재 진혜언은 성악가 출신 복지은을 상대로 4대 9를 기록하며 무대를 떠나야 했다. 지나유는 빈예서를 맞아 6대7이라는 한표차 결과를 안았다. 마스터(심사위원) 투표로 아쉽게 눈물을 흘려야 했던 참가자들의 노래가 승자의 것보다 먼저 각종 음원차트에 오른 것이다.하지만 각종 음원 차트 순위를 두고 보면, 둘의 노래가 대중의 마음에 먼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진혜언이 부른 ‘약손’처럼, 노래를 통해서라도 잠깐이라도 마음의 어루만짐을 원하는 걸까. 이따금 잊곤 하지만 우린 모두 아이였던 때가 있다. 아니, 다 컸다고 생각하는 시간 속에도 가슴 한켠엔 어린 아이가 항상 살고 있다. 삶이 피폐하다 느껴질 수록, 당신의 고단함은 물리치고 그 아픔을 대신하려던 ‘엄마 손’을 그리워하는 지도 모르겠다.

우연이지만, 지나유의 ‘이 사람을 지켜주세요’는 마치 ‘약손’에 대한 답가같다. 가수 여정인이 지난 2012년 발표하고 지나유가 부른 ‘이 사람을 지켜주세요’의 가사 일부를 보자.

‘하늘이여 제발 이 사람을 지켜주세요/나보다도 더 많이 사랑한 사람/날 위해 기도한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살고 싶어요/이 사람을 지켜주세요/같은 하늘 아래 있어줘서 너무나 고마워요” 남녀간의 절절한 사랑이든, 그게 내리 사랑이나 치사랑이든, 간절함은 가없다.

진혜언과 지나유 모두 이번 경언을 위해 또 다른 도전을 했다. 진혜언의 장점은 국악 특유의 발성은 절제하면서 전통가요 느낌을 최대한 소화해냈다는 데 있다. 충남 세종시에서 2005년 태어난 진혜언은 8살부터 판소리를 취미로 시작해, 9살 때 국악에 정식 입문했다.

청주 지역의 이름난 소리꾼 함수연의 지도를 받기 위해 초등학교때부터 세종시에서 청주까지 오가는 열성을 마다치 않았다. 크라운·해태 그룹에서 후원하는 ‘영재국악회’ 등 과거 그의 영상을 보면 남도민요 특유의 당당하고 묵직하면서도 구성진 발성을 들을 수 있다. 마치 거문고 음절 같이 깊고 힘있는 음색이다.

초중등학교 재학 시절 각종 국악 대회를 석권했다. 2017년에 참가한 ‘전국노래자랑’에선 미래의 ‘미스트롯’ 출신들과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해 1월 29일 방송된 ’설특집 1020 전국노래자랑’에서 당시 세종연동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하던 진혜언은 우수상을 받았다. ‘미스트롯3′에 경연에 나선 14세 트로트 신동 방서희는 당시 7살에 지원해 인기상을, ‘미스트롯2′에서 최종 5위에 오른 김의영은 장려상을 받은 바 있다.

미스트롯3에서 가장 화제의 주역인 빈예서(왼쪽)와 1대1 데스매치에서 맞붙은 지나유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TV조선

지나유는 방송에선 애견 유치원 원장으로 ‘직장부’에 등장하긴 했지만, 이미 10년 전 데뷔한 현역 가수다. 2014년 그가 데뷔한 걸그룹 ‘배드키즈’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소리와 함께 ‘귓방망이 쫙쫙 귓방망이 아~’ 하는 노래 가사를 들으면 ‘아~’하고 무릎을 칠 것이다. ‘떼창’을 부르는 중독성있는 가사에, 마치 운동회 신호같은 호루라기 소리까지 더해지며 당시 야구장은 물론 대학 축제 등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펴졌던 노래다. 행사만 하루 3개 ‘뛸’ 정도였다.

비슷한 시기 활동한 ‘크레용팝’이 반복되는 ‘빠빠빠~’ 가사에 금방 따라할 수 있는 ‘직렬5기통 안무’로 유치원생한테까지 인기를 얻었던 것과 비슷하게, 당시 중고등학교 교실에서도 ‘준비하시고 쏘세요~’가 마치 수업 종처럼 유행하기도 했다.

걸그룹에서 탈퇴한 뒤 우유배달과 횟집 알바 등을 하며 계속 음악에 도전해 2015년 싱글 ‘오빠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2018년엔 히든싱어 홍진영 편에 도전해 준우승을 했다. 2020년 SBS ‘트롯신이 떴다2′에 참가해 트로트 가수로서의 면모를 십분 발휘했다. 당시 함께 참가한 명단을 보면 ‘미스터트롯2′ 최종 4위에 오른 나상도, ‘미스트롯3′에 ‘현역부’로 나서 1라운드 진에 오른 배아현, 역시 ‘현역부’로 등장한 풍금, 한여름 등이 있다.

지나유의 ‘이사람을 지켜주세요’는 멜론 차트 외에도 다른 음원 차트에도 고루 진입했다. 벅스 차트 성인가요 부문에선 20일 기준 38위로 미스트롯3 참가자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벅스에선 지나유에 이어 정서주의 동백아가씨(42위), 빈예서 ‘모정’(44위), 챔피언부 팀미션곡 풍악을 울려라!(72위), 배아현 조약돌사랑(75위), 빈예서 도련님(79위), 복지은 ‘내 이름 아시죠’(91위), 정서주 비내리는 영동교(98위) 등이다.

써클차트 BGM 부문. 38위 도련님 42위 모정 43위 풍악을 울려라! 44위 이 사람을 지켜주세요./써클차트 캡쳐
1월 20일 기준 벨365 차트 캡쳐

써클차트 BGM부문에서 ‘이사람을 지켜주세요’는 44위로 100위 안에 신규 진입했다. 빈예서의 도련님이 38위, 역시 빈예서의 모정이 42위, 챔피언부의 ‘풍악을 울려라’가 43위를 기록했다. 또 벨소리 차트 벨365의 트로트 부문에선 챔피언부 풍악을 울려라!가 1위를 지킨 가운데 지나유의 노래가 4위에 새롭게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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