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보험회계 위험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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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회계학 박사과정을 시작한 2001년 두 개의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모두가 아는 9·11 사태, 다른 하나는 경제신문 독자들에게 익숙한 에너지 기업 엔론(Enron) 사태.
내부통제기구와 감사위원회, 이사회와 기업지도부 모두 이익조정발 성과급에 눈이 멀었다.
특히 지속가능성을 무시하고, 내 임기에 성과와 보상을 모두 챙기겠다는 단기업적주의자에게는 원칙 중심 보험회계기준이 하늘이 내린 연금술의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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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가치회계 기준 오용
자의적 해석해 이익 부풀려
작년 한국도 IFRS17 도입 후
보험사 이익위해 장밋빛 계리
미국 회계학 박사과정을 시작한 2001년 두 개의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모두가 아는 9·11 사태, 다른 하나는 경제신문 독자들에게 익숙한 에너지 기업 엔론(Enron) 사태. 공정가치회계를 오용해, 특수목적법인으로 재무 상태를 가렸다. 용역 발주로 외부감사인의 입을 막고, 자의적 회계 처리로 이익을 부풀렸다. 내부통제기구와 감사위원회, 이사회와 기업지도부 모두 이익조정발 성과급에 눈이 멀었다. 회사도, 외부감사인 아서 앤더슨도 망했다. 2002년 미 의회는 사베인스-옥슬리 회계개혁법을 도입했다.
한국 일부 보험사가 기시감(Deja Vu)을 촉발한다. 2023년부터 새 보험회계기준, IFRS17이 등장했다. 회계기준을 오용해 보험사가 실적을 부풀린다는 의혹 기사들이 잇따랐다. 수년 전까지 기준 도입을 반대하던 보험사들은 조용했다. 하반기에 금융감독원이 선제적으로 감독회계(SAP·Statutory Accounting Principles) 차원의 할인율 및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과도한 성과급·배당을 자제하라는 경고와 함께, 과열된 생명보험사 단기납 종신보험상품 시장을 현장 지도 중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공정가치회계처럼 IFRS17도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가정과 추정을 허용한다. 샘물은 소와 뱀의 위를 거쳐 전혀 다른 우유와 독이 된다. 추측·가정·판단도 마찬가지다. 같은 성과도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는 경영진이냐, 탐욕적 경영진이냐에 따라 '비교체험 극과 극'의 숫자를 만들어낸다. 특히 지속가능성을 무시하고, 내 임기에 성과와 보상을 모두 챙기겠다는 단기업적주의자에게는 원칙 중심 보험회계기준이 하늘이 내린 연금술의 도구다. 단기납 종신보험상품 경쟁을 보라. 5년납·10년 유지·120% 환급률 상품? 처음 5년간 1000만원을 내고, 다음 5년간 해약 없이 버티면, 이후 해약 시 환급금 1200만원을 돌려준다. 이 120%를 130%까지 올리며 판매 경쟁을 한다. 상식적이라면, 10년 후 해약환급금 부메랑에 제 살이 깎이니 걱정할 법하다. 하지만 중립적·과학적이어야 할 내부 계리사들(actuaries)이 이익중심점(profit center)이 돼 '우린 다르다'며 가정·추정을 주무른다. 해약환급금 중 투자요소 해당 금액에 대해 IFRS17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해 현 경영진 임기 동안 장밋빛 이익을 제조하려 한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IFRS17을 잘 몰라 저런 허튼짓을 한다는 것이다. 보다 못한 일부 계리사와 회계사들이 공익제보 형식으로 상품 개발의 근거가 되는 기준 해석이 정당한지 물어왔다. 보험사들은 잘못된 회계기준의 해석을 바로잡고 결산 숫자를 바꿔야 할 것이다. 원칙 중심이니 회사 판단과 가정을 존중해야 하지 않느냐고? 원칙 중심이 정답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원칙 중심이 기준서의 자의적 해석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원칙 중심이 이익조정발 성과급 잔치의 궁색한 변명이나 근거는 더더군다나 될 수 없다.
보험회사 감사위원회와 외부감사인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 드린다. 보험사가 이익 조정을 위해 장밋빛 계리적 가정을 하고, 회계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의혹은 합리적 근거가 있다. 곧 발표될 보험회계 질의 회신에 유념해 결산과 관련해 특단의 주의를 기울여야 법적 리스크를 피할 것이다. 감사인들은 계리사들이 보험사 재무회계보고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보험회사의 계리 시스템 개발은 상당 부분 관련 회계법인이 수행했다. 이익 상충 문제를 감안하면 숫자를 더 엄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그것이 엔론과 아서 앤더슨이 주는 교훈이다.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장·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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