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도 중대법 처벌? 나라가 가게 접으라고 조장"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2024. 1. 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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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27일 시행
"법 강행땐 직원 줄일수밖에"
요식업 운영 자영업자들 불안
'시민재해' 담은 중대재해법
자영업자들 대부분 "모른다"
강행땐 현장 혼란 불보듯
여야 대치에 '2년 유예안' 표류
25일 본회의가 마지막 기회
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왼쪽)과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종업원이 뜨거운 물로 조리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성철 씨(가명·53)는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총 7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가뜩이나 매출도 바닥인데,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음식점은 뜨거운 기름이나 불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당장 27일부터 적용될 수 있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법이 시행되면 당장 직원을 5명 아래로 줄일 수밖에 없다. 김씨는 "나라가 나서서 직원을 자르고, 가게를 접으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법안이 여야 이견으로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세 업체들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요식업 등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업종에서도 법 적용이 본격화되면 현장의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안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결함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거나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했을 때,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하면 다수의 개인사업자가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면 3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가 새로 적용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49인 사업체 수는 71만2697개로, 이 중 자영업자는 26만4908명이다. 5~9인 영세업자 비율이 80.1%(21만2212명)로 압도적으로 높다. 1~4인 규모 자영업자 72만2685명 중 가족이 월급을 받지 않고 함께 일하는 사업장 등을 감안한다면 잠재적으로 포함될 수 있는 사업장은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업주가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업주에게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업종별로 기준을 정해 사전에 안내했어야 하는데 그 같은 조치가 전혀 없었다는 반발도 뒤따랐다. 서울 동작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정윤희 씨(가명)는 "뉴스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단어만 봤지, 실질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모른다"며 "공장이 아니라 빵집이나 식당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고 말했다.

적용 대상을 둘러싼 논란은 산업계 안에서도 불거지는 모양새다. 경기도에서 무인 경비업체를 운영하는 최병철 씨(가명)는 "제조업·건설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도 중대재해처벌법이 똑같이 적용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지난 2년간을 유예기간으로 뒀다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구체적으로 누가 적용 대상이고 어떤 기준에 따른 건지도 모른다"며 토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도 뒤따랐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1년 12만2713명이던 산업재해자 수가 2022년 13만348명으로 7635명 늘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도 2021년 2080명에서 2022년 2223명으로 143명 늘었다.

정치권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두고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다. 2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가 법 적용을 유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지만 여야는 논의를 중단한 채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예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함께 산재예방 예산을 2조원으로 확대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무리한 요구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쟁점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2+2 협의체'도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함께 산재예방 예산을 2조원으로 늘릴 것을 약속하지 않으면 원안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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