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마약검사' 도입했지만 … 현장서 비틀대도 손 못쓰는 경찰
미국서 들여온 타액 시약기
피의자가 검사 동의 안할 땐
압수수색 영장 받아야 가능
신종 마약류 검출도 어려워
마약 투약 후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는 극단적인 사례가 늘자 경찰이 투약 의심자에 대해 현장에서 즉각 검사가 가능한 '타액(침) 키트'를 도입하며 대응에 나섰다. 제2의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검사를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 논란도 나온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일선서 교통조사과 등을 중심으로 올해 초부터 타액용 마약 간이 시약기를 배포했고, 현장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타액 시약기는 미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출용 스펀지를 입안에 문지른 뒤 혀 아래 침샘 가까이에 놓으면 마약 성분 여부를 3분 안에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필로폰, 코카인, 대마 등 주로 투약하는 마약 6종을 검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 과정에서 음주 운전이 의심되는데 알코올이 감지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 등에 타액 시약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이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은 마약을 투약한 채 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마약에 취해 운전하다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건수는 2019년 58건에서 2021년 83건으로 2년 새 43% 급증했다. 이후 80건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약물을 투약한 뒤 운전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기존에 일차적으로 소변으로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해왔다. 하지만 이 경우 피의자가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버티는 사례가 많아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체모를 통한 정밀 검사는 필요 모발 숫자가 60수 이상으로 많이 필요해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됐고, 결과가 나오는 데 최소 2주 이상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다만 합성 대마와 펜타닐 등 신종 마약류를 투입할 경우 간이시약 검사로는 잡아내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특히 펜타닐은 고통이 심한 환자에게 투약하는 마약성 진통제로, 모르핀의 최대 80배 이상 중독성과 환각 효과가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약물이다.
이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는 타액 검사 키트가 기존 검사를 보완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다. 피의자가 마약 투약 검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마약 검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소변 검사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소변보다는 거부감이 덜하겠지만 타액 제출을 거부할 경우 소변과 마찬가지로 압수수색영장이 필요하다"며 "경찰의 제출 요청에 바로 응하는 경우가 드물고 증거물을 제출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토로했다.
일선 경찰서 교통조사과 관계자는 "소변 검사는 투약 후 3~6일, 혈액 검사는 24시간까지 투약을 잡아내는데, 타액 시약기는 얼마나 오래전까지 검출할 수 있는지 아직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타액 시약기를 직접 구입해 스스로 미리 검사하며 단속을 피하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어 우려된다. 온라인에서는 중국산 타액 시약기가 판매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사범을 조사하다 보면 타액 시약기를 넣고 다니는 경우가 있다"며 "스스로 검사해 음성이 나온 이후에야 운전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마약 투약이 의심되더라도 운전자에게 검사를 강제할 수 없어 단속 규정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측정 관련 규정에도 음주 운전 검사처럼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마약을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경우 경찰이 관련 검사를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 약물 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를 상대로 동의 없이 감사를 강제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인 상태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은 "피의자가 임의 제출을 거부하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야 하는데 물증 없이는 발부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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