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칼럼] 8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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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필자는 부서 배정하던 날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는 것을 너무 소망했는데 운 좋게 원하는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일하면서 기본으로 익혀야 하는 세트 준비부터 비품약 공부, 의료장비의 사용법을 알아가고 환자 처치 등을 배우면서 일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교육전담 간호사는 종이에 근무 시마다 해야 할 일 및 응급실에 자주 볼 수 있는 진단들의 검사 진행 방향, 필요한 처치를 적어주며 잘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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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필자는 부서 배정하던 날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는 것을 너무 소망했는데 운 좋게 원하는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첫 근무를 하던 날 여기저기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잔뜩 긴장한 채 정신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며 그렇게 2주간의 근무를 마치고 교육전담 간호사가 정해졌다. 당시 3년차였던 교육전담 간호사를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니며 본격적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하면서 기본으로 익혀야 하는 세트 준비부터 비품약 공부, 의료장비의 사용법을 알아가고 환자 처치 등을 배우면서 일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교육전담 간호사는 종이에 근무 시마다 해야 할 일 및 응급실에 자주 볼 수 있는 진단들의 검사 진행 방향, 필요한 처치를 적어주며 잘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기억이 난다.
3개월에 배움의 기간을 마치고 필자는 독립을 했지만 이후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 보는 유형의 다양한 환자들, 간호 행정 업무처리 등 모르는 것이 한참 많은 신규 간호사는 하루하루가 힘들고 난처함의 연속이었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까지 더해져 출근하면 항상 긴장 상태였지만 이제는 시키는 일만 하던 학생 간호사가 아니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잊지 못할 실수들도 있었고 혼나는 일도 많았지만 일을 익혀가면서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잘 가르쳐 주시고 힘들 때 다독여 주는 선배들과 넋두리를 나눌 수 있는 동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점차 일을 배우며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해가 바뀌고 신규 간호사를 벗어나 아직은 서툴지만, 근무에 적응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환자를 보는 게 흥미로웠다. 욕심을 내 내가 감당이 되는 선에서 많은 환자들을 보려고 했고, 그런 2, 3, 4년차 시절에 가장 열심히, 정말 일을 즐기며 근무했다. 물론 힘이 들기도 했지만 일하는 것이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역동적이고 분주한 모습이 좋아서 응급실에 지원했지만 어쩔 땐 감당 안 되게 몰려오는 환자들과 소위 말하는 진상 환자와 보호자들, 협조 안되는 알코올중독자 등 어느 순간 즐겁게 일하던 필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일할 때면 마음 속은 화로 가득 차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게만 느껴졌다.
며칠 전 허리가 아픈 할머니가 진료를 보러 오셨다가 미열이 있어 격리실로 들어오게 됐다. 검사를 마친 후 귀가 결정이 돼 보호자에게 귀가하시도록 안내했고, 허리가 아파 거동이나 휠체어 타는 게 어려우니 침대를 응급실 밖까지 끌고 나가도록 도와 달라고 하셨다. 당시 일이 많아 속으로는 다른 보호자들이 들어와서 같이 모시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안된다고 해 보호자와 같이 침대를 차 앞까지 끌고 나가 차에 타는 것을 도와 드렸다. 차문을 닫고 돌아가려는데 할머니께서 수고했다며 고맙다는 말씀을 건네셨고, 그 순간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 내가 할 일이 조금 더 생기더라도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에 지쳐 불평, 불만만 늘어놓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게 힘들고 하기 싫을 때 열심히 일하고 있는 후배를 보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응급실에 입사했을 때의 열정과 초심을 다시 생각해 봤다. 올해로 8년차 간호사가 된 필자는 단순히 환자 간호만 하던 시절을 지나 후배들을 돌봐야 하는 입장이 됐다.
시간이 흘러도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
백서현 건양대병원 응급실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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