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완화는 ‘서민·개미’ 위한 감세라는 정부…설득력 있나

반기웅 기자 2024. 1. 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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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상속세 완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직접적으로 세금 혜택을 보는 계층은 물론 ‘개미 투자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가업승계가 잘 되면 결국 소액주주도 혜택을 보게 된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속세가 기업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 않고, 경기부진과 대외 여건 악화로 기업 실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과도한 세제, 주식시장 발전 저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상속세 완화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 말씀은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화두를 던지신 것”이라며 “찬반이 있는 과세인 만큼, 사회적인 공감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민생토론회에서 “소액 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우리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대주주의 상속세 부담을 줄이면 주식 시장이 살아나 모든 주식 투자자에게 득이 되는 만큼 ‘서민을 위한’ 감세라는 것이다.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들이 살아나 결국 개미 투자자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법인세 서민 감세론’에 이어 또 다시 서민을 내세운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과도한 상속세가 줄어들면 결국 중산층과 서민들이 혜택을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상속·증여세로 인한 경영권 약화 등 기업의 승계 문제에 주로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접근법과 다른 방식이다. 대주주는 주가가 오를수록 상속세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주가 관리에 소극적이어서 소액 주주가 입는 손해가 크다. 상속세를 낮추면 대주주가 주가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 결국 상속세 감세가 소액 주주에게 득이 된다는 논리다. 상속·증여 시기에 대주주가 상속세를 덜 내려 악재를 공시해 고의로 주가를 낮추는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가 “상속세 완화로 주가 부양? 실증된 바 없어”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속세 완화로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석했다. 상속세와 주가 간 명확한 상관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고, 감세로 인한 주가 부양 효과도 실증된 바 없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교수(한양대 경제학)는 “상속은 중요한 요소지만, 주가가 상속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는 지 확인된 바 없다”며 “만약 대주주가 주가 관리에 소홀히하고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리린다면 해당 행위를 막지 못하는 거버넌스(의사결정 구조)의 불투명성이 문제지 상속세가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거버넌스가 불투명하면 다른 이유로도 소액 주주의 피해는 얼마든 발생할 수 있다. 소액 주주를 위한다면 거버넌스 불투명성 문제를 해고하고, 상속세 개편은 문제는 조세 체계 관점에서 별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설명에 구체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석병훈 교수(이화여대 경제학)는 “상속세를 주식으로 납부한 물납 주식이 매각에 어려움을 겪어 국가 재정에 보탬이 되지 않는 사례처럼 현실적인 문제를 부각시켜야 정부의 상속세 감세 논의도 설득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 당시에도 ‘서민 감세’ 강조

정부의 ‘서민을 위한 감세론’은 상속세가 처음이 아니다. 법인세 인하 당시에도 정부는 소액주주를 내세워 서민 감세를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2년 10월 법인세를 인하하면 일반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법인세 인하로 기업실적이 개선되면 더 많은 배당 소득이 개인과 국민연금에 귀속돼 국민들의 노후가 보다 든든하게 보장된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민의힘도 해당 보고서를 인용해 “법인세를 낮추면 60~70%의 이 소액주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며 감세 혜택이 서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김유찬 교수(홍익대·전 조세재정연구원장)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는 부동산·주식 등 자산양도소득과 법인·상속증여세 등 낙수효과가 생기지 않는 분야에 집중돼 있다”며 “여기에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까지 겹쳐서 시장에서의 1차적 분배효과, 재정·조세를 통한 2차적 분배효과가 모두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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